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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세훈 외 9팀 - B:DRIVE (2019)
    아티스트 집중 조명/한국의 인디뮤직 2020. 1. 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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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DRIVE (2020) 앨범 커버

     

    '한국의 인디뮤직' 코너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먼저 소개하게 된 앨범은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원래 컴필 앨범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은 소개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아니, 반드시 소개해야만 하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진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이 앨범은 부산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인디 뮤지션들이 한데 모여서, 부산이라는 지역이 가진 여러 가지 모습과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엮어냈다. 이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를 트랙 순으로 열거하여 보면, 천세훈(피쳐링 이소영), 초콜릿벤치,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윙크차일드태퍼스, 해피피플, 소음발광, 문센트, 하퍼스, 김태춘의 총 9팀이다.

     

    음식에도 지역색이 있듯이, 음악도 문화의 한 가지이기 때문에 물론 지역색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가지게 된다. 부산의 음악을 무어라 딱 한 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이 앨범을 듣고 있는 나에게 번뜩 떠오르는 부산 인디 음악의 키워드는 '자유'였다. 음악의 장르나 작법 면에서도 획일성을 탈피하려는 노력들이 곳곳에 묻어 있고, 이야기의 소재를 선택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자유롭고 활기가 넘친다.

     

     

    천세훈

     

    첫 번째 트랙 [어디서 볼래]의 주인공은 '천세훈'이다. 천세훈은 부산 인디 씬에서 중견 밴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스카웨이커스(SKA WAKERS)에서 트럼펫(가끔은 멜로디카까지도)을 맡았던 인물이다. 밴드에서는 주로 악기를 연주했지만 솔로 활동으로는 싱어송라이터 성격이 강하다. 그가 발표한 많은 음악들을 들어보면, 천세훈이야말로 장르라는 획일적인 문법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양상으로 자유롭게 음악을 구현할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고, 이번 곡 [어디서 볼래]에서도 그 역량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익살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리프와 피쳐링 보컬 이소영과의 조화가 아주 매력적인 곡.

     

     

    초콜릿벤치

     

    두 번째 트랙 [이기대공원]은 통통 튀는 매력적인 보이스의 배가영과 서지수로 이루어진 보컬 듀오, '초콜릿벤치'가 불렀다. 초콜릿벤치의 기존 음악 색깔은 어쿠스틱 팝에 가까운데, 이번 [이기대공원]에서는 어쿠스틱 팝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덧입혀서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부산의 상징적인 명소 중 하나인 이기대공원을 소재로 하여 달콤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노랫말 또한 인상적이다. 이 곡은 스카웨이커스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안병용'이 작사와 작곡을 담당했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세 번째 트랙은 [흰앙꼬도넛]이다. 이 곡은 보컬의 백충원, 기타의 김선훈으로 이루어진 어쿠스틱 듀오인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약칭 우싸미)'가 불렀다. 군인 시절 처음 맛본 도넛 속 흰앙꼬의 존재를 찾아 부산 시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을 위트 있게 풀어낸 가사가 인상적이다.

     

     

    윙크차일드태퍼스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놀랐던 곡이 바로 이 4번 트랙, [City2Night]이었다. 부산 뮤지션들 중에서 이렇게 스케일이 큰 사운드를 펼쳐내는 팀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이 곡은 압도적이고 존재감이 강하다. [City2Night]으로 스윙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구사한 이 팀의 이름은 '윙크차일드태퍼스'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팀의 존재를 이번 기회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티스트 정보를 찾아보니 이번 곡이 이들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음원이었다! 이것만으로 입덕의 기회로 삼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앞으로 이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해피피플

     

    다섯 번째 트랙은 [송정바닷가]이다. 이 곡은 부산 유일의 레게 밴드 '해피피플'이 불렀다. 위의 사진과는 지금의 멤버 구성이 조금 다른데, 지금은 보컬과 기타의 '하쿠나', 퍼커션과 코러스의 '홍조', 베이스와 코러스의 '싼초', DJ와 셀렉터의 'BIGSWEAT', 키보드와 코러스의 '김도훈', 객원 드럼의 '이광혁'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 인디 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광혁'의 이름을 듣고 흠칫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당신이 아는 이광혁이 맞다. 스카웨이커스, 하퍼스, 루츠리딤이라는 무려 세 개의 밴드에 몸을 담으며 드럼을 치는 그 분이다. 스카와 레게가 아무래도 역사적으로나 태생적으로나 접점이 많은 음악이다 보니 스카웨이커스의 휴식기를 이용하여 해피피플을 잠시 도와주는 듯 보인다. 그리고 이 곡 [송정바닷가]는 스카웨이커스 3집의 타이틀곡인 [#Summer #Riding/#송정 #바닷가]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같은 듯 다른 두 곡을 비교하며 듣는 묘미도 재미있을 것이다.

     

    소음발광

     

    6번 트랙은 [광안서프]로, 밴드 '소음발광'이 참여했다. '소음발광'은 보컬과 기타의 '강동수', 드럼의 '배지원', 기타의 '안성현', 베이스의 '오승빈'으로 구성되어 있다. [광안서프]는 1분 남짓의 짧은 곡이지만, 서퍼(Surfer)들이 좋아할 법한 강렬한 록앤롤(Rock'n Roll) 사운드를 구사하여 이 앨범에 이 곡이 존재할 만한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여 준다. 부산, 하면 자연스레 바다를 떠올리게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바다'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각각 펼쳐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이 곡은 듣자마자 광안리 바다에서의 서핑을 연상케 한다. 서핑을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서핑하는 장면이 떠오르게 만든다는 것은 음악이 갖는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반증 아니겠는가?

     

    문센트

     

    7번 트랙은 밴드 '문센트(Moonscent)'의 [호포에 가면]이다. 문센트는 '달의 향기'라는 뜻 그대로 어딘가 신비롭고 몽환적인 무드를 가득 품은 독특한 음악을 구사하는 팀으로, 보컬의 봉봉, 키보드의 뉴본, 기타의 NaG로 구성되어 있다. [호포에 가면]은 2015년 문센트의 데뷔 싱글로 이미 발표되었던 곡인데, 2015년 버전과는 조금 다른 색깔로 새롭게 편곡 및 녹음하여 앨범에 수록하게 되었다. 풋풋하고 앳된 분위기의 2015년 버전과 달리, 5년여의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호포에 가면]은 사운드 측면에서의 완성도가 좀 더 높아졌고, 특히 보컬의 원숙미가 물씬 돋보인다. 2015년 버전과 2020년 버전의 두 곡을 비교하며 듣기를 권장한다.

     

     

    하퍼스

     

    8번 트랙은 로커빌리 밴드 '하퍼스(Hoppers)'의 [Secret Place]이다. 하퍼스는 보컬과 기타의 '김경수', 베이스와 코러스의 '현성용', 드럼과 코러스의 '이광혁'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곡들이 부산의 상징적인 명소를 음악 속에 녹여낸 반면, 이 곡만은 유일하게 '나만의 secret place'를 노래한다. 지역색이라는 특성은 가끔, 보편화라는 명목 하에 개인을 아주 폭력적으로 잠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부산 출신의 한 개인이 서울에 올라와 일을 한다거나 활동을 할 때, 서울 사람들이 '사투리 한 번 써 봐', '회 좋아해?', '야구 팀은 롯데자이언트 좋아하지?', '바다에서 왔으니 수영은 잘하지?', '부산에 누구 알아? 걔 내 친군데'라고 당연스레 던지는 말들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이다. 그래서 이 곡의 존재가 더욱 반갑다. 부산 뮤지션이라고 해서 상징적인 명소만 노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 또한 당연히 의미가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하퍼스가 노래한 그 '비밀장소'가 어디인지는 마음속으로만 궁금해하는 것으로 덮어두자. 비밀은 비밀일 때 아름다운 법이니까.

     

    김태춘

     

    부산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큰형님 급의 대우를 받는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이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을 장식했다. 제목은 [내 고향 남쪽바다]. 이 곡은 앨범을 쭉 들으면서 가장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분명히 김태춘의 곡이라고 했는데 목소리는 여자 목소리다? 이 형님이 여자 목소리를 이렇게 잘 냈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앨범 크레딧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이내 안도감(?)을 느꼈다. 김태춘은 이 곡을 작사, 작곡하고, 보컬은 '최방글'이라는 여성 보컬리스트에게 맡긴 것. 다시 곡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곡은 3박자의 잔잔한 피아노 위에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보컬이 어우러져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곡이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썰물처럼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랄까.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앨범에 반드시 마지막 곡으로서 존재해야만 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다.

     

    B:DRIVE 부산관광안내지도

     

    이 앨범과의 관련 콘텐츠로, [B:DRIVE 부산관광안내지도]라는 브로마이드가 있다. 이 브로마이드에는 앨범에 대한 소개글과 노랫말, 크레딧 등과 함께 QR코드를 제공하는데, 이 QR코드를 인식시키면 해당 트랙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다. 들을거리, 볼거리 면에서 여러모로 알차게 구성된 앨범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인디뮤직' 코너의 첫 번째 앨범으로 이 앨범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 앞으로 한국의 여러 인디 뮤지션들과 그들의 음악을 소개하는 장으로 알차게 꾸며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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