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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색 눈의 네 남자가 노래한 완벽한 흑인음악,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정규 2집 앨범, [The Wind, The Sea, The Rain]
    명반 산책 2020. 1. 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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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 아이드 소울 (Brown Eyed Soul) - The Rain, The Sea, The Rain (2007)

    브라운 아이드 소울 - The Wind, The Sea, The Rain (2007)

    명반 산책 포스팅을 16개나 올리면서 미처 느끼지 못했다. 연달아서 해외 앨범만을 다루었던 것을...! 세상에 이럴 데가 있나. 수많은 국내의 뛰어난 뮤지션들이 내게 성토하는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 이럴 수는 없지. 나는 해외음악과 국내음악을 차별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퀄리티만 뛰어나면 국내건 해외건 좋은 음악이고, 소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디 오해가 없기를...

    오늘 소개할 앨범은 어느덧 데뷔 17년차에 접어든,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R&B 보컬 그룹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정규 2집 앨범, [The Wind, The Sea, The Rain]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들. 왼쪽부터 성훈, 영준, 나얼,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논하면서 핵심 멤버인 나얼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보컬 그룹 앤썸(Anthem)으로 데뷔한 나얼은, 앤썸으로 활동하던 시절 소속사의 횡포와 방송계의 어지러운 생태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방송 활동을 전혀 하지 않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렇게 간간이 다른 가수들의 앨범에 피쳐링과 코러스로 참여하던 생활을 전전하던 중 싱어송라이터 윤건을 만나게 되고, 그와 의기투합하여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를 결성, 1집 [벌써 1년]으로 초대박 히트를 치게 된다.

    나얼

    세월이 흐른 지금 브라운 아이즈의 앨범을 들어 보면 미처 영글지 못해 풋풋하고 앳된 느낌이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었던 보컬리스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흑인들에게서나 나올 법한 범상치 않은 소울과 멜로디를 매끄럽게 이어서 부르는 고급스러운 창법, 호소력 짙은 음색까지 고루 갖춘 나얼은 완성형 보컬리스트가 될 수 있는 재목을 타고났다고 볼 수 있었다.

    나얼은 처음부터 소울 음악을 지향했었고, 윤건은 보다 대중적인 음악을 하길 원했다. 이렇게 음악적 견해차가 발생했던 브라운 아이즈는 끝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이렇게 나얼을 주축으로 하여 결성된 팀이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이었다.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 결성 이후부터는 이 사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정엽이다. 정엽은 (넷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리더이자, 팔세토(Falsetto) 창법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실력자이다. 나얼이 두성을 이용한 보컬에 능하다면, 정엽은 가성을 이용하여 돌고래 같은 고음을 소화하며 나얼과 멋진 애드립을 주고받기도 한다. 둘이 노래하는 걸 보면 마치 와냐 모리스(Wanya Morris, 보이즈 투 멘의 멤버)와 맥스웰(Maxwell)이 함께 부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정규 2집에서의 최고 수혜자도 바로 정엽이다. 정엽을 그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가 아닌, 솔로 가수로서의 가치를 이끌어내 준 곡인 [Nothing Better]가 바로 이 앨범에 있기 때문이다. [Nothing Better]의 아름다움은 미니멀리즘의 지향에 있다. 많은 악기를 편성하지 않고, 오직 피아노 선율과 정엽의 목소리만으로 구성했다. 이것으로써 정엽 특유의 아름다운 가성을 매력적으로 부각할 수 있었던 것.

    이 곡을 시작으로 정엽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게 되어, 정규앨범은 3집까지, 다수의 싱글과 OST 음원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영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세 번째 멤버는 중저음의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영준이다.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나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 같은 음색을 떠올리면 된다. 영준 특유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가슴이 넓은 누군가가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일까. 영준에게는 은근히 여성 팬들이 많다. 그러나 어쩌나. 영준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서 유일한 유부남이다... (ㅇㅉㄹㄱ...)

    성훈

    마지막 멤버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막내, 성훈이다. 다른 멤버들이 다 자신의 성을 빼고 활동명을 정한 반면(안정엽, 유나얼, 고영준), 성훈은 그 자체로 자신의 이름인 것이 차이점이다(성이 성, 이름이 훈). 팀의 막내라서 음악적 역량이 가장 약할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두는 편이 좋다. 손을 뒤로 돌려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을 만큼 피아노 연주 실력이 뛰어나고, 재즈에서 주로 쓰이는 보컬 테크닉인 스캣(Scat)의 달인이다. 다시 말해 나머지 세 멤버들이 R&B와 소울에 음악적 지향을 두고 있다면, 성훈은 소울보다는 재즈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특별한 존재로 느껴진다.

    당장 이 앨범에서 성훈이 솔로로 부른 12번 트랙 [Round & Round]를 들어 보라. 성훈이 가진 음악적 색깔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쓸쓸한 블루스로 시작하다가, 스윙 재즈로, 또 후주에서 빅 밴드 사운드로 반전되는 편곡은 그야말로 성훈이라는 뮤지션이 엄청난 음악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 소개를 너무 오래 했다. 이제 앨범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 보자. 이 앨범이 발표된 2007년은 멤버들의 음악적 열정과 역량이 그야말로 절정에 다다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에 발표되었던 1집은 나얼이라는 브랜드 파워에 비해 큰 임팩트를 주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지만, 이에 절치부심했던 것인지 이 2집은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앨범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타이틀곡은 [My Story]인데, 1집 [정말 사랑했을까]의 연장선상에 있는 팝 발라드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긴 하지만 그 스케일 면에서 차이가 있다. [정말 사랑했을까]는 브라운 아이즈 스타일을 다소 답습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My Story]는 후반으로 전개되면서 점점 사운드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대곡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듯한 나얼의 보컬 애드립은 환상적이다.

    이외에도 90년대 R&B의 흥취를 머금은 [Anything],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에픽하이(Epik High)와 같은 힙합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하여 만든 [Sweet Thing], 정인과 함께 호흡을 맞춘 네오 소울 스타일의 [Life & Love Are The Same], 아름다운 멜로디의 소울 발라드 [Promise You], 마지막으로 성령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 같은 폭풍 같은 찬양의 대서사시 [폭풍속의 주 (The Lord In The Storm)]까지.

    사실 어느 한 곡을 꼽을 수 없을 만큼 이 앨범의 곡들은 하나같이 훌륭하다. 많은 음악 팬들이 이 시절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넘사벽'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도, 보컬의 원숙미 면에서도 절정에 다다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그들이 퇴락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누군가 노래했듯이, 이들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007년에 비해 지금은 조금 더 여유롭게, 음악을 즐기며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 인터뷰에서 나얼 이외의 나머지 세 멤버들이 '나얼에게 고맙다', '나얼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히트치지 못했을 것이다', '나얼이 아니면 차트인이 웬말이냐' 하는 이야기를 하던데, 팬으로써 정말 마음이 아팠다. 부디, 제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오늘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 있었던 것은 결코 나얼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머지 세 사람도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역량이 엄청난 사람들이고, 내공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우리 팬들은 알고 있다.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자존감 있게 자신을 믿어 주고 아껴 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밝게 웃으며, 아름다운 음악들을 우리에게 계속 들려주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결코 잊지 말길. 2집 같은 앨범이 또 나오면 좋겠지만 안 나와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부디 압박감, 중압감 같은 것 느끼지 말고 그대들 좋을 대로 음악을 만들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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