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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을 위해 잠시 웅크린 여덟 호랑이, 스카웨이커스(SKA WAKERs)아티스트 집중 조명/한국의 인디뮤직 2020. 3. 4. 17:18728x90반응형
스카웨이커스(SKA WAKERs)는 2018년까지 활동했던 부산의 스카 밴드로, 이광혁(드럼, 리더), 정세일(보컬, 퍼커션), 최정경(색소폰), 천세훈(트럼펫, 멜로디카), 이종현(베이스), 박재영(키보드), 안병용(기타), 이준호(트롬본)의 총 8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밴드이다. 스카웨이커스 멤버들은 모두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이었는데, 이들은 2007년 현 스카웨이커스의 전신인 밴드 '웨이크업'을 결성하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2018년까지 무려 11년 동안 멤버 교체 없이 활동을 이어갔는데, 현재는 재충전을 위해 밴드 전체가 잠시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반드시 완전체로 복귀하리라는 믿음과 기다림을 담아 이 글을 스카웨이커스 멤버들 모두에게 바친다.
스카웨이커스가 처음 음악계에 등장한 것은 2012년, 첫 ep 앨범인 [SKA WAKERS]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 ep앨범에는 두 연주곡 [Topknotz]와 [Bless My Sista], 보컬 멜로디가 있는 두 곡 [This Is Ska]와 [What Is Love]로 총 4곡이 수록되어 있다. 새로 태어난 밴드의 풋풋함과 스카 음악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공존하는 앨범이다. 그 이듬해인 2013년, 정규 앨범의 선공개 격인 싱글 앨범 [Music Is Our Weapon]이 발표된다. 이 싱글에는 [우린 모두 다 알지]와 [Music Is Our Weapon]의 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 레게와 스카 장르의 곡으로 앞서 발표한 ep 앨범에 비해 약간의 정치색이 가미되어 있다. 스카를 통해 사람들을 일으킨다는 의미의 팀명처럼, 부조리 앞에서도 힘이 없어 대항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일으키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혁명적인 노선은 스카웨이커스가 앞으로 활동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유지된다.
2014년, 스카웨이커스는 무려 2cd로 구성된 첫 정규 앨범 [Riddim Of Revolt]를 발표한다.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잠들어 있는 세상을 향해 각성을 촉구하려는 의지가 아낌없이 발현된 명반이라 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2013년 싱글로 선공개된 [우린 모두 다 알지]와 [Music Is Our Weapon]을 비롯하여 [Ska Revolution], [Red Workers], [Firebomb], [Shit] 등 날이 잔뜩 서 있는 신랄한 곡들도 실려 있고, [어화둥둥 내 사랑], [소년의 하루], [바다가 보고 싶은 날], [자연하세요], [나로부터] 등 사랑이나 삶을 노래한 부드러운 곡들도 들어볼 수 있다. 2cd의 알찬 구성만큼 스카웨이커스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6년, 스카웨이커스는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정규 2집을 발표하기 전,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한다. 여론을 조작하는 언론과 부조리한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정치인들 등 쓰레기 같은 세력들에 대한 분노를 담은 싱글 앨범 [Beyond The Storm]이 먼저 발표되는데, 이는 매스 미디어와 기득권층에 대한 공격을 담고 있는 거시적인 시선이 드러난다. 반면, 뒤이어 발표된 싱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는 이 사회에서 개인이 겪어야 하는 부조리와 열등감, 그리고 마음의 평화에 대해 노래한, 상대적으로는 미시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두 장의 앨범은 각기 다른 시선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나를 억누르는 부조리함과 불합리함 앞에 굴종하지 않고, 당당히 일어서서 그 앞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웨이커스는 2017년 한해 동안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먼저 발표된 정규 2집 앨범은 스카웨이커스가 그간 해 왔던 어떤 음악들보다도 강렬한 분노가 담겨 있고, 그렇기 때문인지 음악의 분위기도 어두운 편이다. 이 앨범만큼은 스카보다는 오히려 헤비메탈이나 펑크 록에 가깝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특히 타이틀곡 [보이지 않는 손]은 마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음악을 듣는 듯, 디스토션이 강한 록 풍의 연주와 보컬 정세일의 절규하는 듯한 그로울링 창법이 매우 강하게 각인되는 곡이다.
반면, 6개월 뒤에 발표된 정규 3집 앨범 [La Vita E Bella]에는 스카 장르 특유의 밝고 희망찬 에너지가 가득하다. 두 장의 정규 앨범에 담은 상반되는 색깔은 2집과 3집의 앨범 커버의 색깔과도 관련이 있는 걸까. 어쨌든, 3집 앨범 [La Vita E Bella]는 밴드의 10주년을 맞이하여 그 동안의 스카웨이커스가 활동했던 모습들을 사진집 형식으로 엮어 그들에게도, 그들의 팬들에게도 모두 의미있는 앨범이 되었다. 타이틀곡 [#Summer #Riding / #송정 #바닷가]는 여름을 겨냥한 본격 시즌송으로, 청량감 넘치는 신스 사운드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 밖에도 정규 3집 앨범 발표 전에 서프라이즈 격으로 공개된 싱글 [물을 흐르게 해]는 기타 포지션인 안병용이 작곡한 곡이다. 포크와 레게를 조합한 시도가 아주 재미있으며, 물처럼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하는 노랫말 또한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겨울 시즌송으로 발표된 [AweSome Day]와 망치로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영도의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는 곡 [깡깡30세/Skanking On My Way]를 발표하며 스카웨이커스의 활동은 잠시 쉼표를 찍게 된다. 쉼표가 마침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세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들은 이런 세상을 향해 아직 할 말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였듯,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 쓴소리하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바른 말을 계속해서 울부짖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들은 11년 동안 그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였을 것이고, 11년 동안 많은 상처를 받아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것이다. 쉼이 필요한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옳은 것을 옳다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에 용기와 결단력까지 필요한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스카웨이커스 여덟 호랑이의 부재가 너무도 안타깝지만, 어느 야트막한 야산 언저리에서 잠시 눈 좀 붙이고 있다가 어느 날 번뜩 눈을 떠 세상으로 다시 내려와 예와 다름없는 날선 포효와 분 서린 걸음걸이를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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