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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블루스의 명맥, 판타스틱 네그리토(Fantastic Negrito)의 [Last Days of Oakland]
    명반 산책 2020. 2. 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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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ntastic Negrito - Last Days of Oakland (2016)

     

    Fantastic Negrito - Last Days of Oakland (2016)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등으로 대표되는 블루스의 계보는 현재까지도 미약하나마 이어지고 있다. 옛날식의 고리타분한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없지는 않지만, 블루스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젊은 뮤지션들의 앨범 속에서도 간혹 그 흔적을 약간 묻혀낸 곡들이 발견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존 메이어(John Mayer)의 [Gravity] 같은 곡들만 들어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려 2010년대에, 정통 블루스를 전면에 내세운 앨범이 있다. 이 시대에는 실로 흔치 않은 행보를 걷고 있는 셈인데, 그 문제의 작품은 바로 판타스틱 네그리토(Fantastic Negrito)의 정규 1집 앨범, [The Last Days of Ockland]이다.

     

    블루스 뮤지션 판타스틱 네그리토(Fantastic Negrito)

     

    1968년, Xavier Amin Dphrepaulezz라는 본명으로, 15명의 아이들 중 여덟째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마약을 파는 등 어둠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처없이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프린스(Prince)의 [Dirty Mind] 앨범을 듣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회고하기를, 어떻게 음악을 듣고 연주해야 하는지를 그에게서 배운 기분이 들었다고. 이후 방황을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그의 음악은 블루스 특유의 그늘진 분위기보다도 더욱 음울하고 어두워 언뜻 들으면 마치 장송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우울의 페르소나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이와 반전되는 그의 힘있는 음색과 자유자재로 노니는 듯한 신들린 가창력은 판타스틱 네그리토의 엄청난 보컬리스트적 역량을 반증한다. 목소리의 힘은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그만큼 다양한 결이 존재한다. 물리적으로 약한 소리라도 그 울림이 크게 다가오는 목소리도 있는 반면, 말 그대로 물리적인 소리 자체가 위압적으로 큰 목소리도 있다. 판타스틱 네그리토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세기만 하냐, 그렇지 않다. 곡의 전개에 따라 밀고 당기는 완급조절까지 실로 완벽하다. 끈적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또 그 와중에 우울한 감정까지 노래에 담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블루스를 잘 부르는 것은 제아무리 특출난 보컬리스트라 하더라도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판타스틱 네그리토에게 이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음색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귀신 같은 가창력으로 디테일을 전혀 놓치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다. 듣고 있노라면 그저 혀를 내두르게 될 수밖에.

     

     

    npr의 'tiny desk concert'에서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긴 [Lost In A Crowd]가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도 블루스의 중흥기인 50년대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Working Poor], 업 템포로 휘몰아치는 명연주의 향연이 인상적인 [Scary Woman], 느리고 음울한 블루스의 전형을 내보인 [In the Pines], 록의 에너지와 소울의 끈적함이 어우러진 [Rant Rushmore], 3박자의 달콤한 소울 발라드 [Nothing Without You] 등 블루스와 소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명곡들이 가득하다.

     

     

    판타스틱 네그리토. 그대로 번역하면 '환상적인 흑인' 정도일까. 그가 가진 음악적 역량에 비하면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작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하고 있는 음악이 지금 시대의 주류와는 거리가 많이 멀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유행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또한 흘러간 어제의 것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 유행이 되는 것보다는, 옛것을 바탕으로 가공되고 재해석된 형태의 결과물들이 새로운 시대의 유행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훨씬 높다. 그의 음악이 지금은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좋은 음악은 때가 되면 반드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우리에게 블루스의 깊은 흥취를 계속해서 들려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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