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B의 거장이 선보이는 명작,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Return Of The Tender Lover]명반 산책 2020. 3. 3. 09:13728x90반응형
Babyface - Return Of The Tender Lover (2015)
한 분야에서 30년 안팎의 경력을 쌓게 되면 보통은 두 가지 길 중 하나의 길을 걷게 된다. 타성에 젖게 되거나, 빛나는 관록을 갖게 되거나. R&B 프로듀서이자 보컬리스트로 활동한 지 이 앨범 기준으로 자그마치 29년이 된 베이비페이스(Babyface). 그가 이 앨범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자였을까, 혹은 후자였을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앨범 제목은 참 의미심장하다. [Return Of The Tender Lover]라니. 'Tender Lover'란 베이비페이스가 자신의 최고 전성기였던 1989년에 발표했던 명반 [Tender Lover]를 일컫는다. 그 'Tender Lover'의 귀환이라니. 이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 임했던 베이비페이스의 태도와 자세가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베이비페이스는 1959년 4월 10일, 케니스 브라이언 에드몬즈(Kenneth Brian Edmons)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커리어 초창기에는 훵크 밴드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기도 하며 경력을 쌓아가다가, 1986년, 마침내 솔로 뮤지션으로서의 첫 데뷔 앨범 [Lovers]를 발표한다. 이 앨범을 발표할 당시였던 80년대 중반의 흑인음악계에는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에너지를 뿜는 훵크나 소울 음악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첫 앨범 [Lovers]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음악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어쩌면 곧 자신의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확신했던 걸까? 그 섬세하고도 달콤한 R&B 사운드는 다음 앨범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게 바로 1989년에 발표된 [Tender Lover]였던 것이다. 이 앨범에서는 [It's No Crime], [Whip Appeal], [Tender Lover], [Where Will You Go], [My Kinda Girl], [Soon As I Get Home] 등 엄청나게 많은 히트곡이 배출되었고, 결과는 당대 R&B 차트 1위, 빌보드 200 차트 14위라는 쾌거였다. 베이비페이스 시대가 드디어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첫 신호탄이었던 셈. 그런 그에게 이 [Tender Lover] 앨범이 어떤 의미였겠는가? 29년이 지난 2015년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베이비페이스가 뛰어난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마치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과거형으로만 회자되는 현실을, 그는 뒤집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앨범 제목을 [Return Of The Tender Lover]라고 짓고, '나 아직 안 죽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의 지난 앨범들에 비해 이 [Return Of The Tender Lover]는 앞서 말한 대로 뚜렷한 신념과 굳은 의지 속에 탄생하였기에 그 결과물인 음악들도 짜임새가 매우 탄탄하여 안정감이 느껴진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R&B라는 토양 아래에 뿌리를 깊게 내린 사람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안정감은 예견된 것이 아닐까 한다. 색소폰의 화려하고 열정적인 연주와 도회적이고 세련된 멜로 R&B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첫 트랙 [We've Got Love]에서부터 압도적인데, 분명 2010년대 사운드인데, 묘하게도 8~90년대 R&B의 무드가 진하게 풍겨온다. 이 기묘한 느낌은 이어지는 모든 트랙들에서도 그대로 지속된다.
베이비페이스 보컬의 최고 장점인 쫄깃한 밀당 창법이 멋지게 드러난 [Exceptional], 고운 음색을 가진 엘 드바지(El DeBarge)와 함께 부른 흥겨운 곡 [Walking On Air], 자신의 형제들이 모여 결성한 보컬 그룹인 애프터 세븐(After 7)과 함께 불러 이번 앨범에서 가장 화려하고 풍성한 보컬 하모니를 자랑하는 [I Want You], 8~90년대의 향수를 가장 짙게 머금은 R&B 곡 [Standing Ovation] 등, 자신은 '흘러간 추억'이 아닌 '현재진행형 전설'임을 반증하는 명곡들이 가득하다.
이 앨범은 메타크리틱 점수 76점, 빌보드 R&B 차트 5위, 빌보드 200차트 39위라는 결과를 냈다. 베이비페이스는 이 성적표를 받고 나서 과연 만족했을까. 그가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분명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거장의 여전한 건재함과 뚜렷한 신념을 세상 앞에 과시하기 위해서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 앨범을 끝으로 5년째 다음 앨범이 발표되지 않고 있는 지금, 문득 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그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그의 또다른 철학이 담긴 다음 앨범을 기다리며, 글을 마치겠다.
* 블로그 오른쪽 상단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시면 더 많은 자료와 새로운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여러분들의 구독이 많은 힘이 됩니다.728x90반응형'명반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의 모타운 리메이크 앨범, [Motown : Hitsville USA] (0) 2020.03.11 불후의 천재 싱어송라이터, 유재하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 (0) 2020.03.08 어쿠스틱과 소울의 고혹적인 만남,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데뷔 앨범, [Is Your Love Big Enough?] (0) 2020.03.01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블루스의 명맥, 판타스틱 네그리토(Fantastic Negrito)의 [Last Days of Oakland] (0) 2020.02.29 재즈 기타리스트 조지 벤슨(George Benson)의 알앤비를 향한 도전! [Irreplaceable] (0) 2020.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