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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와 최고가 만났다!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더 루츠(The Roots)의 콜라보 앨범 [Wake Up!]명반 산책 2020. 2. 10. 08:36728x90반응형
John Legend (존 레전드) & The Roots (더 루츠) - Wake Up! (2010)
최고와 최고가 만났다. 이 말밖에는 다른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명반, [Wake Up!]이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콜라보 앨범이 있다. 저 멀리 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과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의 [Ella & Louis]도 있고, 6~70년대에는 환상의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마빈 게이(Marvin Gaye)와 태미 테럴(Tammi Terrell)의 앨범들도 있었다.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과 도니 해더웨이(Donny Hathaway)의 콜라보 또한 인상적인 족적을 남겼다. 이런 거장들의 명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21세기의 콜라보 명반은 단연 이 앨범, [Wake Up!]이 될 것이다.
앨범의 보컬리스트로 참여한 존 레전드(John Legend)는 이름부터 전설(Legend)이다. 그 이름의 무게감에 책임을 다하듯, 그는 이 앨범을 통해 그간의 행보를 정리하고 새롭게 레벨업하려는 의도를 엿보인다. 진정한 전설로의 도약인 것이다. 존 레전드가 소울을 향한 경외감을 드러낸 것은 이번 앨범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 음악계에 등장한 그 시점부터 이미 소울이라는 토양에서 수많은 거장들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이른바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것. 그러나 특히 이번 앨범에서 소울의 거장들이 남긴 명곡들을 본인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분명하게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서 보컬 이외의 다른 모든 소리들을 담당한 밴드, 더 루츠(The Roots)는 무려 7명의 멤버들을 거느린 빅 밴드이다. 등장할 당시부터, 밴드 연주를 통해 힙합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차별점이 있었던 팀이다. 1987년 래퍼 블랙 쏘우트(Black Thought)와 드러머 퀘스트러브(Questlove)를 주축으로 결성된 더 루츠. 이 밴드의 핵심적인 주축이자 밴드의 정체성을 가장 짙게 드러내는 멤버는 아무래도 드러머인 퀘스트러브일 것이다. 퀘스트러브는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발군의 드럼 실력을 인정받아 디엔젤로(D'Angelo),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커먼(Common) 등의 앨범에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어쨌든 힙합과 소울의 현주소를 책임지는 양대 주축이 만나서 만들어낸 결과물인 이 앨범 [Wake Up!]에는 재즈와 클래식 소울을 향한 무한한 경외와 존중이 드러나 있다. 곡 선정에서부터 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로버타 플랙의 [Compared To What], 테디 펜더그라스(Teddy Pendergrass)의 [Wake Up Everybody], 도니 해더웨이의 [Little Ghetto Boy], 마빈 게이의 [Wholy Holy],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I Can't Write Left Handed], 니나 시몬(Nina Simone)의 [I Wish I Know How It Would Feel To Be Free] 등의 명곡들이 그들만의 세련되고도 자유분방한 작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인터넷이라는 거대 연결망을 통해 세계 각국의 콘텐츠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된 세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흑백 무성 영화나 먼지 쌓인 오래된 LP들을 통해 삶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한 음악의 장르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다양한 장르의 변용적인 융합이 너무도 당연해진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융합과 변용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재즈나 소울을 그저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단편 중 하나일 뿐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의 때이른 정년퇴직이 너무 아깝기만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21세기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나치게 장르적으로 음악을 분별하는 것도 지양해야겠지만, 향기 가득 머금은 아름다운 고전을 창의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이런 작품들에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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