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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Epik High)가 아닌, 타블로(Tablo)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열꽃]명반 산책 2020. 2. 11. 12:33728x90반응형
타블로(Tablo) - 열꽃 (2011)
한국에서 발표된 그 어떤 앨범보다도 이것같이 슬픈 작품을 만나본 적이 없다.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음악으로 고스란히 담아내어 두 송이의 열꽃으로 피워낸 불후의 천재, 힙합 그룹 에픽하이(Epik High)의 리더, 타블로(Tablo)의 앨범 [열꽃]을 소개한다.
잘 아시다시피 2011년 당시의 타블로는 일명 '타진요 사건'이라고 하는, 불특정 다수에 의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사실이 아닌 것들이 기정사실처럼 왜곡되고, 타블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학력을 위조한 '범죄자'처럼 취급받기도 했다. 지금은 진실이 밝혀져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지난 일이 되었지만, 이 사건의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을 앓고 있던 그의 부친도 세상을 떠나게 되는 등, 이 사건으로 인해 타블로라는 한 사람과 그의 가족이 받은 상처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두 파트로 나누어 발표한 앨범 [열꽃]에는 그가 그 동안 받아왔던 상처와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서 듣다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프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슬프고 아플 때 울거나 소리치면 되겠지만, 아티스트의 숙명이라면 너무 거창할지 모르지만 타블로는 이 앨범 속에서 음악으로 울고 있었다. 그가 에픽하이의 앨범에서 선보여 왔던 음악들 속에도 왠지 모를 슬픔과 외로움이 녹아 있었는데, 이 앨범에서 그 정점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울한 피아노와 마치 현악기처럼 노래하는 이소라의 목소리가 슬픔을 더하는 [집], 저주받은 듯한 나날들을 보내며 위악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에 대한 자조를 담은 [나쁘다], 나얼의 피쳐링으로 화제를 모았던 Part 1의 타이틀곡 [Airbag],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답답함을 드러낸 [밀물], 가족을 향한 미안함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담담하게 담은 [밑바닥에서]로 구성된 [열꽃]의 Part 1은 그가 겪은 암담한 심정을 표현했다.
또한 빅뱅의 메인 보컬인 태양의 감각적인 노래가 인상적인 [Tomorrow], 아름다움과 추악함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철학적으로 풀어낸 [출처], 웅장하고 몽환적인 비트 위에 일침을 가하는 듯한 노랫말을 담은 [Dear TV / 해열], 오랜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와 삶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고마운 숨], 아티스트로서의 타블로가 아닌, 사람 이선웅으로서의 두려움을 노래한 [유통기한]으로 구성된 [열꽃]의 Part 2는 시련을 극복하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타블로에게 바란다. 이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웃을 날들만 가득하길. 아팠던 그날의 상처들은 모두 잊고, 가능하다면 이 앨범은 다시 꺼내 듣는 일이 없기를. 어떤 형태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행복하길. 그저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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