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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과 소울의 고혹적인 만남,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데뷔 앨범, [Is Your Love Big Enough?]명반 산책 2020. 3. 1. 18:38728x90반응형
Lianne La Havas - Is Your Love Big Enough? (2012)
'고혹적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고혹적'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름답거나 매력적인. 혹은 그런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오늘 소개할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야말로 고혹적인 음색, 고혹적인 음악 스타일, 그리고 고혹적인 비주얼(미모와 무대 매너 등 보여지는 모든 것을 총칭한 것)까지 고루 갖춘 아티스트라고 자부할 수 있다.
리앤 라 하바스 이전에 이미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또 다른 영국의 싱어송라이터가 있었는데, 바로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이다. 두 사람은 출신 국가가 영국이라는 점과, 소울 장르에 그 음악적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이 같다는 이유로 자주 함께 비견되곤 했다. 하지만 음색 면에서 둘은 서로 완전한 대척점에 서 있다. 여리면서도 하이톤의 음색을 가진 코린 베일리 래와는 달리, 리앤 라 하바스는 읊조리는 듯한 나즈막한 톤을 주로 사용하며, 가끔 디바들에게서나 들을 수 있는 힘있고 단단한 고음도 잘 구사한다.
이 앨범은 한 아티스트의 데뷔 앨범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깊은 내공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첫 트랙 [Don't Wake Me Up]부터 압도적인데,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서야 앨범의 첫 '소리'를 악기 소리가 아닌 자신의 보컬로 연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이 곡은 코러스 아카펠라로 용기 있게 도입하여, 그 테마가 꽤 오랫동안 이어진다. 그러다 2절 A파트에 다다라서야 악기들이 등장하는데 이 포인트에서의 전율이 상당히 짜릿하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노래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회자되는 명언인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곡인 [Is Your Love Enough?]에서는 독특한 박자감을 선사하며 듣는 재미를 부가하고,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애조가 강하게 섞인 멜로디의 소울 발라드인 [Lost & Found]에서는 깊은 감성을 드러낸 발군의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록의 요소를 많이 차용한 [Forget],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기분 좋게 다가오는 [Age], 몽환적이고 섹시한 R&B 곡 [Elusive],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 [Gone] 등, R&B와 소울의 절창들이 담겨 있는 명반이다.
이 앨범 이후 3년 뒤인 2015년, 리앤 라 하바스는 2집 [Blood]를 발표하여 1집에서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갔고, 2017년에는 불세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다룬 영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의 OST에 [Starry Starry Night]을 불러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는 소식이 뜸하다가 며칠 전(2020.02.25.), 새로운 싱글 [Bittersweet]를 공개하며 올해는 세 번째 정규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촉발시켰다. 올해 나온다고 해도 정규 2집 이후로는 5년 만의 컴백이니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니 그만큼 기대가 더 크다. 그리움과 기다림의 마음을 담아서,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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