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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밴드 새소년의 새로운 EP 앨범, [비적응] 발매
    신보 소식 2020. 2. 19.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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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소년 - 비적응

    - 2020.02.18. 발매

     

    새소년 - 비적응 (2020.02.18.)

     

     

    밴드 새소년이 돌아왔다. 그들의 첫 등장을 알렸던 [여름깃]은 역동적이었고, 생명력이 충만했으며, 묘한 설렘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그 후속작 격인 이 앨범 [비적응]은 그 이름에서처럼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외로움의 정서가 짙게 풍겨난다. 어떻게 2~3년여만에 이 정도의 대비가 일어날 수 있느냐 반문하겠지만, 생의 궤적이란 늘 예상치 못한 순간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반전 없이 평탄하게 가는 행보가 더 기이한 것일 수도 있다. [여름깃]에서의 풋풋하고 순진한 소년은 살아갈수록 그 삶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비적응]은 그 아이의 삶이 흘러가는 도중의 어떤 한 장면을 담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밴드 새소년. 오른쪽 위에서부터 드럼의 유수, 기타와 보컬의 황소윤, 베이스의 박현진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마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본질적인 성격은 '은밀함'일 것이다. 밤은 그 은밀함 속에 무언가를 감추거나 숨기려는 자들의 것이다. 그 밤의 장막 속으로 기꺼이 '쏟아지려는' 어떤 아이의 이야기. 이 아이는 어디로 가려는 걸까. 위태로워 보이지만 어쩐지 확신에 찬 듯한 모습이다. 앨범의 첫 번째 곡, [심야행]이다.

     

     

     

    작년 10월, 이미 먼저 공개되었던 [집에]에서 그 불안의 정서는 심화된다. 어디서부터 왔는지도,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인 이 아이에게 남은 것은 이어지는 곡인 [이방인]에서 드러난 대로, 미지의 사람들로부터의 비웃음과 조롱뿐이다. 끔찍할 정도의 소외감이 이 아이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런 늪에 빠지게 만든 것일까.

     

     

     

    이 아이에게 너무도 멀어 보이는 단어, 바로 '사랑'이다.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잔혹할 정도로 몰아붙인 뒤, 아이는 사랑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는 인사를 전한다. 아이에게 사랑은 겨울처럼 아득하고, 하얗고, 차갑기만 하여 가슴에 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사랑을 완전히 버릴 수가 없다. 그러니 '기다려 달라'는 수밖에. 앨범에서 가장 로맨틱한 사운드로 표현되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가슴 저미도록 슬픈 곡, [눈]이다.

     

     

    이어지는 3연작은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 또한 새소년스러워서 웃고 말았다. 단음절 제목이 이어지는데, 각각 [엉], [덩], [이]이다. 제목과 곡의 서사 간에 특별한 연결고리라든지, 독특하게 부여된 의미 같은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철저히 타인의 삶에 공감하려는 마음을 닫아버린 아이(엉), 타인의 시선 따위에 개의치 않고 거리낌 없이 자신을 표현하려는 아이(덩), '완벽한 절망'이라는 확언을 통해 소진된 마음을 풀어놓은 아이(이)가 드러나 있을 뿐이다.

     

     

     

    새소년의 [비적응]을 통해 만나 본 아이는 내가 아는 누군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태어나고자 의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닌데도, 내가 왜 태어났을까.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생의 본질은 어디에 있으며, 이유는 무엇일까 끝도 없이 고뇌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 헤매다가, 세상과 타인에게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아버린. 그렇다. 나와 그대, 어쩌면 대부분의 우리 모습과 닮아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눈을 씻고 다시 앨범 제목을 살펴보라. '부'적응이 아닌, '비'적응이다. 다시 말해 이 사회와 세상과 타인과의 관계 등에 적응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이 아이가 우리에게 주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상처를 받아서 아파하는 마음은 피차 마찬가지지만, 아이는 말한다. '모두 날 비웃고 / 덩실덩실 걸어다닐 때 / 고개를 흔드네(덩)'. 즉,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겠는가.

     

     

     

    새소년의 [비적응]은 상처받은 자신을 드러내어 동정을 구걸하려는 의도로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보다는 너와 내가 같다고, 우린 우리라고. 부적응의 늪에서 빠져나와 함께 비적응하자고 손 내밀어 주는 작품이다. 삶에서 겪는 갖가지의 고통에 신음하는 청춘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이 작품의 발표는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소년이 건네는 이 작지만 분명한 울림에 귀를, 아니 마음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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