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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정규 2집 앨범, [Voicenotes]명반 산책 2020. 2. 7. 13:01728x90반응형
Charlie Puth (찰리 푸스) - Voicenotes (2018)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자면, 2018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그만큼 이 앨범은 대중친화적이라 접근이 쉬운 팝 앨범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2집 앨범, [Voicenotes]이다.
찰리 푸스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어쩌면 가수로서는 당연히 그래야겠지만) 목소리다. 그의 목소리는 진성과 가성을 여유롭게 넘나들고,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견고함을 잃지 않는다. 특히 속삭이듯 내는 가성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그래서인지 찰리의 목소리는 R&B 풍의 음악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진다. 1집이 마냥 팝 스타일의 음악들로만 채워진 것과는 다르게, 2집에서는 R&B와 소울을 향한 지향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찰리 푸스 음악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베이스의 활용이다. 찰리 푸스의 음악에는 유독 소름 돋는 베이스 리프가 많이 등장하는데,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도입부에는 꽁꽁 숨겨두다가 곡의 가장 중심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터뜨리는 기술을 자주 사용한다. 목소리로도 그렇고, 곡의 전개 측면에서도 그렇고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아주 영민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생각이 든다.
긴박한 느낌의 첫 트랙 [The Way I Am]을 시작으로,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베이스 리프와 팔세토 창법이 가장 크게 두드러진 [Attention], 섹시한 면모를 부각시킨 [LA Girls], 대중친화적인 멜로디와 중독적 리프로 잘 꾸린 [How Long], R&B 싱어 켈라니(Kehlani)와 듀엣으로 선보인 미디움 템포 R&B인 [Done For Me], 앨범의 타이틀곡인 [Patient]까지 앨범의 처음 여섯 곡의 존재는 매우 압도적이다.
앨범 중반부에 다다라서는 명실상부 하모니의 끝판왕인 보이즈 투 멘(Boyz II Men)과 함께 부른 [If You Leave Me Now]에서 흐름을 약간 이완시키는데, 이 트랙 또한 이 앨범의 필청 트랙이다. 무려 보이즈 투 멘과 함께 목소리를 맞추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고, 매우 잘 녹아들고 있음을 보인다. 경력 차이가 20년이 넘는데도 균형 있는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찰리가 지금 가진 음악적 내공이 얼마나 지대한지, 그리고 앞으로의 가능성이 얼마나 더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중독적인 베이스 리프와 간주 부분의 현란한 일렉트릭 피아노 솔로가 인상적인 [BOY]부터 앨범의 후반부로 진입하였음을 알리고, 디스코 풍의 댄스곡 [Slow It Down], 포크/컨트리 팝의 대가이자, 찰리 푸스가 오래 전부터 존경한다고 밝혔던 거장인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와 함께 부른 [Change],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곡 [Somebody Told Me], 찰리의 최고 강점인 베이스 플레이를 전면에 배치한 [Empty Cups], 앨범을 마무리하는 발라드 [Through It All]까지. 어느 곡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뛰어나다. 감히 말하자면, 2010년대에 나온 팝 앨범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명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찰리 푸스는 지금 3집을 준비하며 선공개 격인 싱글 몇 곡('Mother' 등)을 발표해 둔 상태이다. 2집이 이렇게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만큼, 3집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워낙 음악적 역량이 뛰어난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퀄리티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 것이다. 그가 올해, 혹은 내년에라도 3집을 발표하길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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