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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소울 아티스트로 돌아온 서사무엘(Samuel Seo)의 새로운 정규 앨범, [The Misfit]명반 산책 2020. 2. 2. 00:11728x90반응형
서사무엘 (Samuel Seo) - The Misfit (2019)
작년 한해는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 꽤 쏟아져 나왔다. 선우정아의 정규 3집 [Serenade]가 그랬고, 백예린의 정규 1집 [Every letter I sent you.]가 그랬다. AKMU(악동뮤지션)이나 이승환의 신보도 좋았고, 후디(Hoody)와 같은 여성 R&B 신예의 활약도 괄목할 만했으며, 힙합의 거장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도 오랜만에 정규 9집을 발표하며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많은 작품들과 어깨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굵직하고 선명한 마지막 한 방이 바로 오늘 소개할 이 앨범, 서사무엘의 [The Misfit]이다.
서사무엘의 본명은 서동현. 1991년 5월 3일 서울에서 태어났다(위키백과 참조). 현재 선우정아, 10cm, 옥상달빛, 새소년 등이 속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힙합 장르에 토대를 둔 음악들을 주로 선보여 왔으나, 이번 앨범인 [The Misfit]에서는 네오 소울의 향기가 짙게 배어난다. 특히 [Misfit's Anthem]에서의 미끄러지듯 유려하게 펼쳐지는 보컬은 스캣을 듣는 듯, 랩을 듣는 듯 복잡미묘하다. 감히 비교하자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엔젤로의 'Brown Sugar'를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솔직히 정말 깜짝 놀랐다. 국내 아티스트에게서 이런 사운드를 듣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비트박스와 풍성한 코러스, 베이스와 신스가 만드는 중독적인 리프까지 삼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며 듣는 이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하는 [연희동], 어쿠스틱한 분위기에 소울풀한 보컬이 얹힌 매력적인 곡 [Something & Nothing], 재즈 스캣 위에 노랫말을 그대로 덧입혀 놓은 듯한 자유분방한 [Playaplayaplaya], 포스트 말론(Post Marole) 풍의 보컬 어레인지를 선보이며 앨범 전체의 서사를 정리한 트랙 [The Misfit]까지. 총 15트랙(LP는 미공개 트랙 3곡이 추가되어서 18곡)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작년 한해 무수히 쏟아져 나온 앨범들 가운데서도 나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작품은 딱 두 장뿐이다. 하나는 (나의 최애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3집 앨범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서사무엘의 앨범 [The Misfit]이었다. 왜냐하면 정말 예상치 못하게 한 방 제대로 먹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서사무엘에 대해서는 사실 잘은 몰랐다. 2018년, [UNITY] 앨범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야구로 치면 적어도 안타는 치고 나올 정도의 타자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1년 뒤에 이런 수작(秀作)을 만들어 나와서 만루 장외 홈런을 칠 줄이야.
거듭 말하자면, 이런 완성도 높은 네오 소울 사운드는 국내 앨범에서 좀처럼 듣기가 힘들다. 물론 보컬에서만이라든가, 특정 곡에서라든가 네오 소울의 느낌을 차용해 오거나 그 비슷한 분위기를 흉내낸 사례들은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앨범 전체가 네오 소울을 기조로 흘러가는 사례는 결코 흔치 않다. 서사무엘은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야말로 동년배 아티스트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만큼 눈부신 음악적 성취를 보이게 된 것.
아쉬운 것은, 이 앨범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다는 것. 종전까지에 비해 대중들이 음악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폭이 많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 가까이 가기에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에 하나 노파심에 당부할 것이 있다면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있지만) 굳이 대중 곁으로 가기 위해 자신의 본질을 깨뜨리지는 말아 주었으면. 예술가로서의 신념이 아주 단단하게 확립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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