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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리브해의 낙조를 닮은 음악,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의 [Alma Caribena (Caribbean Soul)]
    명반 산책 2020. 2. 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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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ria Estefan - Alma Caribena (Caribbean Soul) (2000)

     

    Gloria Estefan - Alma Caribena (Caribbean Soul) (2000)

    짙고 풍부하며 원숙한 목소리로 열국의 애수를 전하는 라틴 디바,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의 2000년 발표작, [Alma Caribena (Caribbean Soul)]을 소개하려 한다. 라틴 음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열정, 흥, 활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오늘 소개할 이 앨범에는 앞서 말한 이미지들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바로 '슬픔'이다. 가슴이 뜨거운 라틴 사람들은 사랑도 뜨겁게, 슬픔도 뜨겁게 느끼는 모양이다.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

    음악을 들어보면 층층을 이루며 한껏 빌드업된 악기들 사이를 뚫고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선 굵은 목소리가 춤을 추는 듯 다가온다. 첫 트랙 [Por Un Beso]는 '한 번의 키스'라는 제목의 뜻처럼 매우 강렬한 느낌을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 덕분에 가슴이 저릿한 슬픔이 전해져 오는 듯하다. 3번 트랙 [Dame Otra Oportunidad (또 다른 기회를 줘)]에서는 타악기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들 간의 협연으로 풍부한 사운드의 향연을 만들어내는 간주가 매우 인상적이며, 글로리아의 자유분방한 보컬 애드립도 매우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밖에도 흥겨운 살사 리듬과 피쳐링 아티스트 셀리아 크루즈(Celia Cruz)와의 조화로운 협연이 빛을 발한 [Tres Gotas De Agua Bendita (성수 3방울)], 해 지는 해변가의 잔잔한 분위기를 머금은 곡 [Nuestra Felicidad (우리의 행복)] 등을 지나고 나면,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명 깊게 들은 바 있어 여러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곡, [Tengo Que Decirte Algo (나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말해야 합니다)]가 나온다.

     

    [Tengo Que Decirte Algo]는 또 다른 라틴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Jose Feliciano)와 함께 듀엣으로 부른 라틴 풍의 러브 발라드인데, 곡이 주는 분위기와 멜로디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마치 밤에 사랑하는 사람과 해변 모래 위에 나란히 누워 쏟아지는 별빛을 함께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만큼 사랑스럽고, 멋진 분위기를 가진 곡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순간에 이 곡이 함께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라 확언한다.

     

    사실 한국 대중과 라틴 음악은 별로 친한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보통의 한국 대중들은 영미권의 팝 음악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선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라틴 계열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최근 루이스 폰시(Luis Fonsi)의 'Despacito'라든지,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의 'Havana' 같은 곡들의 경우에 와서야 비로소 가능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전까지도 라틴 음악이 대중들의 관심 영역 속으로 들어왔던 사례는 없지 않으나, 그것은 일시적이었거나, 정통 라틴 음악이 아니라 팝과 편승한 사운드였다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에 불과했다. 그렇게 몇 년을 라틴 음악은 소수의 음악 마니아들에 의해서만 향유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촌이라는 말도 고대 유물처럼 느껴질 만큼, 다른 문화권의 콘텐츠들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유튜브를 위시하여, 많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좋은 음악들을 클릭 몇 번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최근의 성공 사례인 'Despacito'나 'Havana'를 찾아 듣는 것도 좋겠지만, 저 두 곡이 발표되었던 훨씬 이전의 시기에도 좋은 라틴 음악들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 족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될 이름이 바로 이 글로리아 에스테판(Gloria Estefan)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또한 그 거대한 이름을 가진 라틴 디바가 20년 전에 발표한 이 앨범 [Alma Caribena (Caribbean Soul)]이 전하는 카리브해의 따뜻하고 잔잔한, 때로는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루브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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