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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의 고통을 노래하다, 김윤아의 정규 4집 앨범, [타인의 고통]명반 산책 2020. 2. 1. 17:10728x90반응형
김윤아 - 타인의 고통 (2016)
앨범 제목부터가 수상하다. '타인의 고통'이라...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남의 팔이 잘려나가는 고통보다 내 손가락 살짝 베인 고통이 더 아픈 것이 명백하고도 냉정한 진실이다. 그러나 남이 겪는 극한의 고통을 보며 함께 아픔을 느끼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그것을 '공감'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 이 앨범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극한의 고통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 앞에 건네는 처절한 공감과 위로가 담겨 있다.
음악을 들어 보면, 아티스트 본인이 아픔을 겪고 만든 것처럼 소리 하나하나가 가슴 미어지도록 아프게 들려온다. 그리고 그 아픔을 전달하는 태도 측면에서도 조심스럽고 신중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치 '내가 그대들의 아픔에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이 작은 노래밖에는 드릴 게 없음에 미안하고 안타까워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허나 노랫말들을 들여다 보라.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중략)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꿈이야 /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 봐. (앨범 수록곡 키리에 中)'라거나, '미안해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 (앨범 수록곡 타인의 고통 中)' 등. 타인의 고통에 대해 가슴 깊은 곳으로 이해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여 노랫말로 풀어냈다는 흔적이 엿보이지 않는가?
이 앨범 발표일 기준으로 데뷔 19년차를 맞은 김윤아. 19년의 음악 생활 내공만으로 이런 앨범을 만드는 게 가능했을까? 물론 그 관록도 무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러한 성취는 아티스트 본인의 치열한 고뇌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앨범은 몰라도 이 앨범은 반드시, 전곡을 순서대로 곱씹으면서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음울하고 다크한 사운드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이런 모습으로 내보일 수밖에 없는 음악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픔을 가진 수많은 타인들에게 위로의 한 줄기로 이 음악들이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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