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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위의 천재, 뮤지션 위의 뮤지션 선우정아의 정규 3집 앨범, [Serenade]명반 산책 2020. 1. 16. 10:20728x90반응형
선우정아 - Serenade (2019)
선우정아 - Serenade (2019) 단언컨대, 선우정아의 이 앨범은 2019년에 한국에서 나온 앨범 중 최고의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이런 색깔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독보적인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내재한 천재 아티스트, 선우정아의 정규 3집, [Serenade]이다.
이 앨범에서의 진정 소름 돋는 포인트는 앨범 전체가 세계관을 갖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 앨범이 아닌,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를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생경하거나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자신의 세계관을 이렇게 뚜렷하게 분출하면서도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는 이유는 바로 메시지의 내용에 있다.
사람이라고 늘 좋을 수 있을까. 기분이 나쁜 날도, 심지어 최악인 날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날마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억지로라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러한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노래한 1번 트랙 '인터뷰'.
도망가자. 잠깐 놓아도 돼. 잠깐 쉬어도 돼. 어디든 일단 나랑 가자. 손잡고 가 보자. 상처받은 이를 위해 이보다 더한 위로가 있을까. 이런 메시지를 듣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어쩔 줄 모르겠다. 2번 트랙 '도망가자'.
나를 미워하는 이도, 내가 미워하는 이도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각자 처한 입장대로 행동하다 보니 어쩌다가 그러한 위치에 가 있게 되었을 뿐. 이 노래에 담긴 이해와 포용은 얼마나 넓고 큰가. 혐오라는 틀거리로 서로를 구분짓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에게 비난을 쏟아내며 상처를 입히는 이 세상에 던지는 일침. 3번 트랙 'Serenade'.
주변을 둘러보면 꼭 있다. 손이 천 개나 달린 듯, 맡은 일이 얼마나 되든 척척 해내는 멀티 플레이어가. 자신이 덧없이 소모되는 줄도 모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 일에만 미쳐 있는 워커홀릭. 그런 이들에게 면전에 대고는 절대 할 수 없는 소리. 보이지 않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평가. 그건 바로 '참 독하다니까.'. 4번 트랙 '멀티 플레이어'.
유난히 공감이 많이 갔던 곡인데,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 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면, 거울이라도 있었다면 절대 내뱉지 않았을 말. 그대의 등 뒤로 차마 가 닿지 못하고서 경적을 타고 도로 위에 버려질 말. 이 곡을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을 이렇게 멋있게 표현하는 건 타고난 능력이구나.'. 5번 트랙 '욕의 여행'
입 다무는 사람의 아름다움과 멋짐을 예찬하는 노래. 할 말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래. 돌이켜 생각하면 말 많은 사람치고 제대로 행동하거나 삶에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그러진 않았나 반성도 하게 되고... 앞서 들은 6트랙들 중 멜로디는 가장 밝고 경쾌하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곡. 6번 트랙 'SHUTTHEFXXKUP'.
이 밖에도 [1/3 Stand]라는 이름의 미니앨범으로 선공개되었던 '쌤쌤', '수퍼히어로', 'Ready',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My Birthday Song', [2/3 Stunning]이라는 미니앨범으로 선공개되었던 'Fall Fall Fall', '생애', 'Invisible Treasure', 'to Zero', 'Classic'의 10곡이 더 수록되어 총 16곡이라는 알찬 구성의 앨범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나머지 곡들도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다른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일단은 마무리하려 한다.
느꼈을지 모르지만 다른 앨범들에 비해 이 앨범만은 유독 트랙 하나하나에 대해 꼼꼼하게 이야기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내게는 이 앨범이 내가 지금껏 만난 그 어떤 앨범들보다도 더 특별하고, 나와 가깝고, 조금 오버해서 보태자면 내 영혼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면서 이만큼 좋은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 인터넷 방송에서 김이나 작사가가 선우정아에게 이 말을 전했다.
'부디 당신이 부귀영화를 누렸으면, 그래서 오래오래 우리 곁에서 이런 좋은 음악을 들려 주었으면.'
이 말 속에 나의 공감과 바람도 함께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인터뷰에서 당신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지금 또 4집을 만들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다고. 만들어놓은 곡이 아직 많다고.' 그 근질거림을 부디 오래오래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걸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우리 같은 팬들에게서 나온다는 것도 안다. 당신과 같은 아티스트라면 탈덕할 이유도, 여지도 없다. 영원히 뿌리박을 테니 제발 나쁜 짓만 하지 마('순이' 가사 中).
(이 글은 단순한 비평이 아닌, 팬심으로 쓴 글임을 밝힙니다. 지극히 편향적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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