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알파이자 오메가,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첫 정규 앨범 [Channel Orange]명반 산책 2020. 1. 15. 18:00728x90반응형
Frank Ocean (프랭크 오션) - Channel Orange (2012)
이 앨범이 처음 나왔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한다. 앞서 소개했던 맥스웰이나 디엔젤로, 에리카 바두 등으로 대표되는 네오 소울을 마지막으로 흑인음악계에 혁명적인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2012년 당시만 해도 맥스웰은 2009년 발표한 [BLACKsummers'night]으로 지지부진한 활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앨범을 작업 중이었고, 디엔젤로 또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팬들을 목마르게 하는 중이었다. 에리카 바두도 2010년 [New Amerykah Part Two : Return of the Ankh]라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저 클라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현상유지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생각해 보면 이 또한 경이롭다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네오 소울의 영웅들은 본인들이 누렸던 전성기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잘 내려오기 위해서는 자신의 명예를 이어받을 적임자가 필요하다. 그때 마침, 기다려 왔다는 듯이 나타난 인물이 바로 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었다.
1987년 생의 젊은 뮤지션이 세상에 전하려던 것은 단순히 음악이 아니었다. 이 앨범, [Channel Orange]를 들어보면 음악은 그저 도울 뿐, 굉장히 서사에 치우친 앨범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앨범에는 사랑 이야기 말고도 돈, 마약, 거품뿐인 인기, 종교, 타락 등 인간과 삶에 대한 여러 단상들이 담겨 있다. 즉, 네오 소울의 메시지적인 측면을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사운드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악기 말고도 전자음이라든지, 컴퓨터 전원이 켜지는 소리, 게임기 소리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사운드 소스를 이용해서 들을거리가 많은 앨범으로 엮어냈다. 음악의 기본 바탕은 R&B에 두고 있으나, R&B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에는 표현의 영역이 너무나도 다채로워졌다. 장르의 혼합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요소와 비음악적인 요소까지도 한데 버무리는 도전적인 시도를 펼친 것이다. 그래서일까. 프랭크 오션을 필두로 하여 이 시기에 등장하는 유사한 R&B 음악들을 가리켜 얼터너티브 R&B, 혹은 PB R&B라고 불렀다. 한 마디로, 프랭크 오션 이전과 이후의 R&B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혁명이라 부르지 않고 어떻게 명명할 수 있겠는가?
이 혁명적인 앨범에 대해 전세계 음악팬들이 쏟아낸 찬사는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앨범의 평가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댓글이 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홀로 무인도에 갈 때, 한 장의 앨범만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 앨범을 가져가겠다.'
극찬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 앨범은 이러한 극찬이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이 앨범을 들을 때 그저 스치듯, 유희하듯 흘려 듣기보다는 가사를 펼쳐 놓고 함께 보며 깊이 음미하며 듣는 편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이 앨범이 갖는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728x90반응형'명반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오 소울의 거장 디엔젤로(D'Angelo) 최고의 마스터피스 [Voodoo] (0) 2020.01.16 천재 위의 천재, 뮤지션 위의 뮤지션 선우정아의 정규 3집 앨범, [Serenade] (0) 2020.01.16 전설적인 보컬리스트에서 위로를 건네는 싱어송라이터로 변신한 박효신의 정규 7집 앨범, [I am a dreamer] (0) 2020.01.15 상처를 어루만지는 음악,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정규 4집 앨범 [Blue] (1971) (0) 2020.01.15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소울 사운드의 향연, 맥스웰(Maxwell)의 첫 정규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 (0) 2020.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