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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소울 사운드의 향연, 맥스웰(Maxwell)의 첫 정규 앨범 [Maxwell's Urban Hang Suite]
    명반 산책 2020. 1. 1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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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xwell (맥스웰) - Maxwell's Urban Hang Suite (1996)

    Maxwell - Maxwell's Urban Hang Suite (1996)

     

    "명반 산책" 코너의 첫 번째를 장식할 앨범으로 무엇을 고를까, 생각하다가 최근까지 빠져 있었던 앨범으로 고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맥스웰(Maxwell)의 데뷔 앨범인 [Maxwell's Urban Hang Suite]를 골랐다.

     

    사실 흑인음악에 맨 처음 빠지게 된 계기는 감미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보컬이 매력적인 팝 스타일의 R&B 발라드 때문이었다. 즉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이나 조(Joe),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등이 구사하던 음악들을 일컫는다. 그것이 흑인음악의 전부인 줄 알았고, 그것이 흑인음악의 색깔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 와중에 우연한 기회로 이 맥스웰과 디엔젤로(D'Angelo)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추천해 준 사람은 어느 보컬 선생님이었는데, 그분은 이 맥스웰과 디엔젤로야말로 흑인음악의 정수이며, 진짜 흑인의 색깔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극찬하며 내게 앨범 두 장을 들이밀었다. 첫 번째 앨범이 디엔젤로의 [Voodoo]였고, 두 번째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었다.

     

    상상해 보라. 브라이언 맥나잇이 R&B의 최고인 줄로만 알았던 무지몽매한 어린 양의 입장에서, 디엔젤로와 맥스웰의 음악이 어떻게 들렸을지. 여러분의 상상 그대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어쩌면 실망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내가 생각한 흑인음악이 아니야."

     

    앨범을 끝까지 다 듣고도, 나는 다시는 이 세계로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게 흑인음악이라면 난 흑인음악을 듣지 않겠다고. 어쩌면 내가 지금껏 좋아했던 음악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며칠 후 나는 이 앨범을 다시 찾게 되었다. 미칠 듯한 중독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 돌려 듣고 난 뒤, 나는 완벽하게 인정하게 되었다. 이들이야말로 흑인음악을 진정으로 하는 아티스트였다고. 내가 여태껏 들었던 노래의 주인들은 팝과 동맹을 맺은, 그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일 뿐이었다고.

     

    음악계에서는 디엔젤로와 맥스웰의 초창기 음악을 가리켜 네오 소울(Neo-Soul)이라고 명명한 바 있다. 네오 소울을 명확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지만, 사운드 면에서는 힙합과 재즈, R&B가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이고, 메시지 면에서는 한 마디로 '어른의 사랑'을 노래하거나, 사회 시스템을 향한 비판을 하거나 하는 등 인간의 삶에 깊게 관여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엿보인다. 디엔젤로가 힙합의 색채에 가깝다면 맥스웰은 퓨전 재즈를 연상케 하는 세련되고 정제된 사운드로 차별화된 음악성을 보였다.

     

    어렸을 때는 힙합을 좋아했기 때문에 디엔젤로의 앨범을 더 자주, 더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맥스웰 쪽이 더 끌린다. 특히 오늘 소개할 이 1집 앨범은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면에서 고급질 수 있을까?

     

    대부분의 네오 소울 앨범들이 그러하지만, 맥스웰의 1집은 마치 보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실제로 보컬이 없는 트랙도 있다.). 그것은 보컬마저도 악기화(?)시킨 맥스웰의 탁월한 보컬 어레인지 능력 덕분이 아닐까.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그래서인지 대중적으로는 가장 히트된) 곡인 'Whenever wherever whatever' 같은 곡에서도 뚜렷한 보컬 멜로디 라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잔잔한 어쿠스틱 연주곡을 듣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연주에 완벽하게 녹아든 목소리는 때로는 황홀하고, 때로는 섹시하며, 때로는 몽환적이다.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면서도 튀거나 도드라지지 않는 것. 이런 내공이 갓 데뷔 앨범을 발표한 뮤지션에게 숨겨져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은 2016년 발표한 [blackSUMMERS'night] 이후로 새 앨범 소식이 또 끊긴 상태이지만, 언젠가 저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blacksummers'NIGHT]을 들고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와 주리라 믿는다. 1부작 발매가 2009년, 2부작 발매가 2016년이었으니 7년 주기라 치면... 2023년에는 발표해 주리라 믿고 기대한다!!! (디엔젤로도, 맥스웰도, 심지어 에리카 바두까지도... 팬들을 너무 목마르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다. 신보 발표 주기가 평균 7~8년이니...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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