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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고래와 정민의 첫 정규 앨범 [고래와 정민]신보 소식 2020. 3. 6. 22:25728x90반응형
고래와 정민 - 고래와 정민
- 2020.03.06. 발매
인디음악의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아마도이자람밴드'이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보컬 '이자람'이 이끄는 밴드이다. 이처럼 한 사람의 이름을 걸고 나온 밴드는 아무래도 그 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유사한 예로는 '샤데이(Sade)'가 있을 것이다. 샤데이라는 이름을 듣고 이것이 밴드의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이 밴드의 이름은 보컬이자 밴드의 홍일점인 샤데이 아두(Sade Adu)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러니 샤데이라는 한 사람의 이름은 집중조명될 것이고, 자연히 연주를 담당하는 다른 멤버들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이 얘기를 길게 하냐고? 오늘 소개할 '고래와 정민'이라는 밴드에 '아마도이자람밴드'에서 각각 기타와 드럼을 맡은 멤버인 김정민과 김온유가 소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밴드 멤버 소개를 조금 더 자세히 해 보자. '고래와 정민'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정민, 일렉트릭 기타와 피아노를 맡은 최보성, 콘트라베이스의 한다빈, 드럼의 김온유의 4명 구성이다. 보편적인 밴드 구성과는 달리 콘트라베이스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들이 구사하는 음악의 주된 어법은 나른하고 차분한 분위기인데, 여기에 콘트라베이스의 따뜻한 질감이 더해지니 훨씬 풍성해지면서도 어쿠스틱한 매력이 배가된다. 게다가 보컬 또한 압권이다. 행여 노랫말의 의미를 왜곡하기라도 할까 무척 조심하는 것처럼 부르면서도 단단하게 중심이 잡혀 흐트러짐 없이 안정감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 대단한 미사여구를 덧붙이거나 화려한 기교를 부려대지 않아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와 다년간의 밴드 경험으로 축적된 음악적 내공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앨범 [고래와 정민]에는 소년다운 풋풋함과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노련함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타이틀곡 [달]을 들어보면 그 천연덕스러움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말이 아무리 빨라도 / 지어가는 햇님에게는 닿지가 않아요 / 매일 달을 보고 고백하지만 / 사실 달님에게 할 이야긴 아니잖아요'라니 말이다. 선수가 선수 아닌 척 할 때 정말 무서운 거다.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선수'에게 빠져들게 되니까. [달]이라는 곡은 음악적으로도, 노랫말의 화법 측면에서도 매우 설득력이 강한 곡이다.
앨범의 또다른 타이틀곡 [비밀]은 곡의 전개 면에서 참 아름답다.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봄바람 일렁이듯 경쾌하게 변주되는 구성은 꽃샘추위마저도 잊게 만들 정도로 따스하고 포근하며, 피아노와 일렉트릭 기타가 대화처럼 서로의 소리를 주고받는 테마도 매우 인상적이다. 이 밖에도 듣는 이의 마음을 쓰다듬는 곡 [위로],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기분 좋은 혼란이 담긴 [이상한], 아직은 멀어 보이는 여름을 바싹 앞으로 당겨주는 시원한 포크 넘버 [땀], 노랫말을 배제하고 악기들의 대화만을 담아낸 아우트로 격의 [1095] 등, 이유없이 감성에 젖게 되는 고즈넉한 밤에 가만히 틀어놓고 있으면 위로가 될 수 있는 좋은 앨범이다.
밴드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내건 첫 정규 앨범 [고래와 정민]은 마지막 EP인 [3]을 발표했던 2018년 12월 이후로 햇수로는 2년 만에 세상 빛을 보게 되었다. 음원으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아주 작은 소극장이나 펍 등의 소박한 곳에서 이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즐기는 경험도 아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맥주나 와인 같은 것들이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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