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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EP [공중부양]을 발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온 장기하
    신보 소식 2022. 2.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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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커버아트를 누르시면 음악감상 링크로 연결됩니다.

    장기하 - 공중부양 (2022.02.22.)

    tracklist.

     

    01. 뭘 잘못한 걸까요

    02. 얼마나 가겠어

    03. 부럽지가 않어

    04.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05. 다

     

     

    장기하가 돌아왔다. 자신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밴드라는 알껍질을 깨고 나와 오롯이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다시 세상 앞에 섰다. 소위 '장기하와 얼굴들'이라고 불리우던 밴드는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고, 초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프론트맨 장기하 또한 다시는 음악 씬에 발을 붙이지 않을 것처럼 떠나가 버렸었다. 마치 이 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염증을 느낀 듯한 그의 행보는 안타깝긴 했지만 그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밸런타인 데이인 2월 14일에 독특한 제목의 한 곡을 발표했다. 곡 제목은 '2022년 2월 22일'. 궁금함 반, 반가움 반으로 곡을 재생한 이들은 제법 당황했을 것이다.

    장기하 - 2022년 2월 22일 (2022.02.14.)

    싱글의 형태로 발표된 이 음원은 이른바 '앨범 티저'였다. 티저 영상 대신에 음원을 발표하여 앨범 발매가 임박했음을 알린 것이다. 과연 인디 씬의 기인(奇人)인 장기하다운 프로모션 방식이다. 발매일인 '2022년 2월 22일'을 중독성 있는 리프로 만들어 반복하여 뱉어대는데, 기억하기 어려운 날짜도 아닐 뿐더러 정직하게 때리는 정박 드럼 비트 위에다가 몇 번이나 반복을 해대는지 곧장 2월 22일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 싱글의 내용에 따르면, 한 친구가 '너 음악 그만두고 이제 뭐 할 거냐?'라고 묻자 '나 은퇴한 거 아냐.'라고 응수하면서 앨범의 발매일, 대략적인 앨범의 정보(앨범명, 트랙리스트 등), 앨범의 스타일 등에 대한 썰을 리드미컬하게(?) 풀어낸다. 그렇게 드디어 2022년 2월 22일이 되고, 앨범 [공중부양]은 이변 없이 세상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P [공중부양]의 타이틀곡은 '부럽지가 않어'로, 장기하가 여태껏 선보였던 극강의 현실주의적 가사와 해학적인 표현력, 그리고 리듬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현란한 랩 퍼포먼스(?)가 잘 어우러진 곡이다. 어쩌면 밴드 사운드는 지나치게 화려하여 이러한 장기하의 장점들이 다소 가려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솔로 아티스트로 전향하여 미니멀한 사운드를 구현하게 되면서 장기하가 가진 아티스트로서의 장점이 극대화되었다.

     

    개인적으로 장기하 음악의 세 가지 키워드는 '리듬감', '해학', '빈티지'라고 생각한다. 첫 트랙 '뭘 잘못한 걸까요'에 쓰인 드럼의 느낌은 (물론 가상 악기로 된 미디 사운드겠지만) 응결되지 못한 채 속절없이 퍼져 버리고 마는, 영락없는 빈티지 분위기 그 자체이다. 이어지는 장기하 특유의 자유로운 읊조림은 리드미컬하면서도 쓸쓸함을 자아낸다. 첫 트랙부터 이토록 처연한 고독이라니. 음악 씬을 떠나 있는 동안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걸까.

     

    그 밖에도 체념적인 어조가 돋보이는 '얼마나 가겠어', 일렉트로닉과 국악의 요소를 차용하여 실험적인 행보를 보인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1번 트랙 '뭘 잘못한 걸까요'와 비슷한 결의 쓸쓸한 정서를 담은 '다' 등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다섯 곡 모두 베이스가 없다고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목소리만 쭉 녹음하고 필요한 소리들만 추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장기하의 표현을 빌어 말하면 '디딜 땅을 잃은 채 둥둥 뜬 음악'이라고 한다. 그래서 앨범 제목이 '공중부양'이 되었나 보다.

     

    아직까지 솔로 아티스트 장기하의 존재감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밴드로 활동하며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며 나름 씬에서 방귀 좀 뀌던 사람이었는데, 혼자 남으니 앨범 속 음악들도 쓸쓸하고, 외롭고, 왠지 모를 아픔까지도 저릿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특유의 해학은 미약하게나마 살아 있지만 그마저도 환한 웃음이 아닌 냉소 섞인 쓴웃음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냥, 지금의 장기하는 자신이 수줍게 내놓은 이 다섯 곡의 음악처럼 '둥둥 떠 있는' 듯하다. 어정쩡한 모습으로 허공을 부유하며, 어쨌든 대중 앞에 나타나긴 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미약한 시작 또한 장기하스럽다. 여태껏 장기하가 들려준 음악들 속에 등장했던 화자들을 떠올려 보라.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밥 대신 인기를 먹고 사는 슈퍼스타의 모습이 아닌, 그저 가끔 짜장면을 시켜먹고 츄리닝을 입은 채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다니는 옆집 총각 같은 모습이었지 않은가. 장기하는 그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허울 좋은 껍질로 덕지덕지 꾸미지 않고, 벌거벗은 것에 가까운 모습으로 장기하는 대중의 따뜻한 품에 안기고 싶어하는 듯하다. 세상 소박하게 사는 외롭고 쓸쓸한 동네 형으로 돌아온 장기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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