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1] K-R&B의 초석을 세우다20년 전 음악 이야기 2022. 2. 11. 10:01728x90반응형
K-R&B, 소몰이창법 등의 용어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2003년부터지만, 이미 그 이전 해인 2002년부터 그 전초전은 시작되고 있었다. R&B 음악은 본디 흑인음악으로, 90년대 미국 대중음악의 메인스트림이었다. 미국 팝의 영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던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흐름도 R&B 중심이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한국의 R&B는 미국 본류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른바 K-R&B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세기말에 등장했던 신촌뮤직 산하의 보컬리스트, 박효신과 박화요비가 3집 앨범을 발표했던 시기가 바로 2002년이었다. 첫 등장부터 워낙 강렬했던 덕분에 대중들의 뇌리에 실력파 가수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하는 데에는 이미 성공하였고, 3집 앨범은 '굳히기'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 박화요비 3집 [Because I Love You]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창법을 쏙 닮은 박화요비는 이정봉의 원곡 '어떤가요'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곡 '어떤가요'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였다. 이 곡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애절한 록 발라드의 원곡과는 달리 감성적이고 섬세한 R&B 특유의 터치가 가미되어 완전히 새로운 곡처럼 들리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외에도 촉촉한 감성이 담긴 발라드 '이런밤', 박화요비 본인이 굉장히 애착을 가진 곡이라는 '사랑은', 애절한 표현력이 압권인 '끝이 보일때쯤', 팝 발라드 형식의 'If' 같은 곡들은 2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여전히 생명력이 느껴지는 좋은 곡들이다.
* 박효신 3집 [Time-honored Voice]
깊은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듯한 목소리의 가수, 박효신이 이 앨범에서 타이틀로 내건 곡은 '좋은 사람'이었다. '사랑보다 깊은 상처', '해줄 수 없는 일(박효신의 데뷔곡)'의 작곡가인 신재홍이 만든 곡으로, 박효신이 이 곡의 데모를 처음 듣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했다는 후문이 있다. 박효신의 모든 앨범들이 다 명반이지만, 이 앨범의 곡들은 사실 어느 한 곡을 콕 집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다. 특히 나원주 작곡의 마지막 트랙 '행복한가요'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교포 출신 가수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특히 박정현의 정규 4집 앨범 [OP.4]가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는데, 월드컵의 영향으로 대중음악계가 주춤하던 와중에 거둔 성공이었기 때문에 역시 좋은 음악은 어떤 환경에서든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진리를 남겼다. 90년대부터 그룹 솔리드로, 또 솔로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 대중음악에 R&B라는 흐름을 만들었던 김조한도 생애 첫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소폭의 히트를 기록했다.
* 박정현 4집 [OP.4]
정석원 작곡의 '꿈에'를 타이틀로 내건 박정현의 4집 앨범 [OP.4]는 약 30만장 가까이 팔려나가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높은 완성도의 음악성이 좋은 시너지를 낸, 보기 드문 명반이었다. 박정현은 박화요비와 자주 비견되곤 하는데, 주로 브레시한 소리를 구사하는 박화요비와는 달리 박정현은 단단하게 자리잡혀 쭉 뻗어나가는 소리를 많이 사용한다. 가수 본인의 음악적 지향성과 취향 등이 반영된 스타일 차이겠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두 가수의 기량 차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를 본다면 시사하는 점이 분명 있을 것이다.
* 김조한 싱글 [2002 1st single album]
김조한은 독특하게도 박진영에게 곡을 받았다. 제목은 '사랑해요'로, R&B 리듬이 가미된 발라드이다. 박진영의 감성이 듬뿍 담긴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왜 주로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불쌍한 화자를 설정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아무래도 이때 박진영이 그런 감성에 꽂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싱글에는 '사랑해요' 이외에도 김형석 작곡의 발라드인 '그래요'와 '다시', 라틴 분위기의 'Tonight' 이렇게 4곡이 수록되어 있다.
R&B와 대중음악의 조화로운 융화를 표방하며 등장한 그룹 뮤지션들도 화제였다. 윤건과 나얼로 이루어진 브라운 아이즈, 그리고 윤민수, 류재현, 유성규로 이루어진 바이브가 있었다. 브라운 아이즈는 1집 '벌써 1년'의 성공으로 이미 대중들에게 '믿고 듣는 가수'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바이브의 경우 성공적인 데뷔라는 결과 뒤에 '브라운 아이즈의 아류' 쯤으로 여겨지는 씁쓸한 뒷맛이 있기도 했다.
* 브라운 아이즈 2집 [Reason 4 Breathing?]
앨범의 타이틀곡을 포함하여 거의 대부분의 수록곡들을 작곡하며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맡았던 윤건, 그리고 브라운 아이즈라는 팀의 색깔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 실력파 보컬리스트 나얼. 이 두 사람은 음악적으로 최고의 시너지를 내며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데에 성공했다. 이 앨범에서는 타이틀곡인 '점점'을 비롯하여 '비오는 압구정', 'For You', '떠나지마'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나얼이 직접 작곡하여 본연의 음악적 지향성을 드러낸 R&B 곡인 'True Luv'와 같은 숨은 명곡들도 필청 포인트이다.
* 바이브 1집 [Afterglow]
데뷔곡 '미워도 다시 한 번'으로 등장한 바이브는 '브라운 아이즈와 비슷하다'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다. 바이브에도 브라운 아이즈의 윤건처럼 작곡을 담당하는 류재현이란 멤버가 있었고, 나얼처럼 노래를 담당하는 윤민수라는 멤버가 있었기 때문이다. 차별점이라면 랩과 나레이션을 맡은 유성규(훗날 노블레스가 됨)의 존재가 그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음악 스타일도 비슷하여, 심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브라운 아이즈의 아류'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두 팀은 완전히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라운 아이즈가 R&B와 팝을 기반으로 하는 팀이었다면, 바이브의 음악적 기반은 (이 당시만 해도) 힙합이었다. 원래 힙합을 하려고 했었다는 류재현의 말의 근거가 바로 이 1집 앨범일 것이다.
교포 출신이 아닌데도 R&B 느낌을 찰떡같이 내던, 실력파 남성 솔로 보컬리스트들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중 신승훈과 서태지의 강력 추천을 후광으로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휘성, 그리고 역량은 최고로 인정받고 있었지만 '얼굴 없는 가수'로서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재야의 고수 김범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 휘성 1집 [Like A Movie]
휘성의 '안 되나요'는 2002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현정 작곡의 R&B 발라드인 '안 되나요'는 애절한 노랫말과 임팩트 있는 멜로디로 라이브 무대 하나 없이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재미있는 건 라이브 무대에서 마침내 공개된 가수 휘성의 비주얼(!) 때문이었다. 바로 그의 패션이 문제였는데, 레게 스타일로 땋은 머리에 헤어밴드, 그리고 힙합으로 쫙 빼입은 모습은 애절한 R&B 발라드를 부르기에는 너무도 언밸런스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종의 매력 포인트로 통했는지, 그 이후로도 휘성 하면 힙합 패션으로 발라드를 부르던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안 되나요'의 성공을 발판 삼아 내놓은 김도훈 작곡의 후속곡 '전할 수 없는 이야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3번째 후속곡 '아직도', 3박자 R&B 곡 '떠나', 팬들 사이에서 숨은 명곡으로 회자되는 '제발', 가스펠 분위기의 풍성한 소울 곡 '하늘에서', 시스코(Sisqo)의 곡을 리메이크한 'Incomplete' 등이 수록되어 있다.
* 김범수 3집 [보고싶다]
겨울에 발표된 김범수의 정규 3집 앨범과 그 타이틀곡인 '보고싶다' 또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오성 배우와 장서희 배우가 출연하여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던 뮤직비디오도 화제를 모았는데, 정작 이 곡이 완전히 불붙었던 시기는 그 이듬해인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OST로 삽입되면서부터였다. '보고싶다'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에, 앨범에 수록된 다른 좋은 곡들이 묻힌 감이 없지 않다. 이현도 작곡의 '바보같은 내게'는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R&B 곡으로, 김범수의 탁월한 보컬 역량이 유감 없이 드러난 명곡이다. 그 외에도 애절한 발라드 '사랑해요', 재즈 풍의 마이너 발라드 '이별 뒤에서', 김범수의 첫 자작곡 '혼자', 기타 선율 위에 담담하게 부른 '나 없이 행복할 널 위해', 김형석 작곡의 팝 발라드 '일기',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상케 하는 재즈 발라드 '눈 속의 너', 전작이었던 2집 앨범의 타이틀곡 '하루'를 영어로 번안한 'Hello Goodbye Hello' 등 명곡이 많이 수록된 앨범이다.
* 번외편
* 앤(Ann One) 1집 [Infinitive Wave Of Love]
대표곡 : '아프고 아픈 이름', 'Memories'
추천곡 : '그것만으로', '그대 아니었다면', '날 채워줘'
* JK김동욱 1집 [Lifesentence]
대표곡 : '미련한 사랑', '그녈 위해'
추천곡 : '다신 없겠죠', '연'
* 애즈원 [As One Carolling]
대표곡 : 'Rockin' Around The Christmas Tree', 'Jingle Bell Rock'
* 7dayz 1집 [7dayz]
대표곡 : '내가 그댈'
추천곡 : '그뿐이죠', 'For Your Love', 'Deep In My Heart'
* 린(Lyn) 1집 [Have You Ever Had Heart Broken?]
대표곡 :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추천곡 : '이제는 그만', '제발'
* 제이 4집 [Dim The Lights]
대표곡 : '그때까지', '눈부신 날에'
추천곡 : 'Same'
* 린애 1집 [The First Album]
대표곡 : '이별 후愛'
추천곡 : '내가 없어도', '바람속에 흩어진 기억'
* 전소영 1집 [Killing Me Softly]
대표곡 : 지금은 헤어져도
* 더원(The One) 1집 [The Last Gift, The One!]
대표곡 : '마지막 선물'
* 더 네임(The Name) 1집 [The First Scene Of 名字]
대표곡 : The Name 名字
728x90반응형'20년 전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6] 2002년에 전성기를 맞은 아이돌 가수들 (0) 2022.02.23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5] 아이돌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다 (0) 2022.02.21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4] 월드컵의 흥을 이어받은 댄스와 힙합 (0) 2022.02.20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3] 2002년 한국의 록(Rock) 음악들 (0) 2022.02.18 [20년 전 음악 이야기 vol.2] 2002년 한국의 발라드 (0)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