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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쓰는 스티비 원더 특집 [5]
    아티스트 집중 조명/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2019. 1. 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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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살아있는 전설이 되다 (2005-Now)




    1995년 이후로 스티비 원더는 정규작을 발표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본인의 입장에선 음악으로 시도할 만한 것들은 웬만큼 다 해 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재즈와 정통 R&B/소울, 훵크, 발라드, 디스코, 뉴 잭 스윙, 힙합, 제3세계 풍의 음악까지도. 장르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거의 대부분의 음악 장르를 다 건드려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4편에서 언급했듯이, 정규작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의 공연이나 후배들과의 콜라보레이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1996년,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곡 'How Come, How Long'을 듀엣으로 불렀고 2005년에는 또 다른 R&B의 거장이자 스티비의 절친인 루더 밴드로스의 추모 앨범에서 그의 곡 'So Amazing'을 비욘세(Beyonce)와 함께 불렀다. 그리고 루더가 타계한 바로 그 해인 2005년, 무려 10년 만에 스티비 원더의 정규 앨범이 발표된다.



    A Time To Love (2005)


    이 앨범은 스티비 원더의 (아직까지는) 마지막 정규앨범이다. 항상 10년 주기로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을 정리하고, 다른 방향으로 선회해 왔던 그는, 한 세기가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앨범으로 팬들을 찾아오게 되었을까.


    앨범을 들어보면, 마치 마지막 정규작임을 예고라도 하듯이 자신이 걸어왔던 43년의 음악 생활을 집대성한 듯하다. 즉 60년대에 해 왔던 어덜트 컨템포러리 재즈와 R&B, 70년대의 훵크와 가스펠, 80년대의 디스코와 발라드, 90년대의 뉴 잭 스윙 등 스티비 원더가 여태껏 해 왔던 모든 장르의 음악이 이 앨범 한 장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앨범은 마지막 앨범이기 때문에 트랙별로 면밀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1. If Your Love Cannot Be Moved

    : 70년대 초에 시도했던 가스펠 음악의 하이엔드 버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한 트랙. 장중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비롯하여 듀엣으로 참여한 킴 버렐(Kim Burrell)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매력적인 곡으로 완성되었다.


    2. Sweetest Somebody I Know

    : 90년대 풍의 R&B 스타일로 편곡되었으며, 기본적인 정서는 대표곡 'Isn't She Lovely'와 그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곡의 말미에 삽입된 아이의 목소리는 그의 딸인 에이샤 모리스(Aisha Morris)의 어린 시절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3. Moon Blue

    : 직전작인 'Conversation Peace' 앨범에서 선보인 'Taboo To Love'나 'I'm New'와 같은 몽환적인 R&B 발라드와 흡사한 스타일로 편곡된 곡이다. 음울한 정서를 기반으로 하여 절제된 창법을 선보이는데, 곡 말미에 스케일을 타고 올라가는 애드립은 무척이나 훌륭하다.


    4. From The Bottom Of My Heart

    : 앨범에서 가장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는 곡으로, 멜로디가 쉽고 간결하여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5. Please Don't Hurt My Baby

    : 70년대의 향수를 강하게 띠는 곡으로, 후반부에 남녀 코러스로 주고받는 파트가 굉장히 재미있다.


    6. How Will I Know

    : 60년대 어덜트 컨템포러리 재즈 스타일의 발라드로, 딸인 에이샤 모리스와 듀엣으로 불렀다. 따스하고 포근한 목소리의 에이샤와의 조화가 아름답다.


    7. My Love Is On Fire

    : 90년대 뉴 잭 스윙과 가스펠 스타일을 혼합한 곡으로, 곡 중반에 플룻 솔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앨범의 포문을 열었던 'If Your Love Cannot Be Moved'처럼 스케일이 아주 큰 곡이다.


    8. Passionate Raindrops

    : 앨범에서 가장 독특한 진행을 보이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한 곡 안에 굉장히 여러 가지 테마가 있는데 그것이 난삽하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후렴구의 멜로디가 굉장히 정교한데, 이런 표현을 정확히 해낼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현역에 얼마나 될지 과연 의문이다.


    9. Tell Your Heart I Love You

    : 80년대 디스코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곡이다.


    10. True Love

    : 어덜트 컨템포러리 재즈 스타일이며, 개인적으로는 슈가렛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트랙이다. 느리고 우수 짙은 멜로디로 여유롭게 뽑아내는 스티비 원더의 보컬은 그야말로 절창이다.


    11. Shelter In The Rain

    : 당시 미국 전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스티비 원더가 인간과 세상에 대해 얼마나 강한 사랑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곡이며, 그러한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인지 매우 웅장하고 아름다운 발라드로 편곡되어 있다.


    12. So What The Fuss

    : 앨범에서 가장 연주자 라인업이 빵빵한(?) 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베이스 기타에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기타에 프린스(Prince), 코러스에 여성 4인조 R&B 보컬 그룹 엔 보그(En Vouge)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야말로 슈퍼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곡이 멋지게 나왔다. 이 앨범에서 70년대 훵크 사운드를 가장 강렬하게 지향하는 곡이며, 스티비 원더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멋지게 수놓았던 악기인 신디사이저가 이 곡에서 제 값을 제대로 한다.


    13. Can't Imagine Love Without You

    : 제목처럼 아름다운 러브 발라드이다.


    14. Positivity

    : 이 곡 역시 에이샤 모리스와 듀엣으로 불렀다. 곡의 제목이 '긍정'인 만큼 곡의 분위기가 아주 밝고 희망차다.


    15. A Time To Love

    : 소울 싱어 인디아 아리(India.Arie)와 함께 부른 곡으로, 이 앨범 전체의 메시지를 아우르는 9분이 넘는 대곡이다. 여담이지만 이 곡을 들은 슈가렛의 와이프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 귀가 워낙 좋아서 어지간해서는 음악에서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데, 이 곡을 듣고는 그 정도로 감동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과연 거장의 음악은 차원이 다른가 보다. 이 곡도 9분이 넘는 대곡인 만큼 한 곡 안에서 여러 가지의 테마가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 보면 어느새 곡의 말미의 퍼커션 솔로에 도착하여 '멍'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꼭 한 번 들어봐야 할 필청 트랙.




    이렇게 2005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스티비 원더는 2019년인 지금까지도 정규앨범 소식이 없다. 앨범의 제목은 'Through The Eyes Of Wonder'로 2015년에 밝혀졌지만, 이렇게 베이퍼웨어가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무런 소식이 없다. 어쩌겠나. 팬들의 입장에선 그저 기다릴 수밖에.


    이러한 팬들의 갈증을 잘 알고 있는지, 스티비 원더는 이따금 후배 뮤지션들의 작업에 피쳐링으로 참여하며 팬들의 애타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아래에는 스티비 원더가 참여한 곡들을 사진과 함께 나열하여 보았다.


    Raphael Saadiq - Never Give You Up (2008)

    PJ Morton - Only One (2013)

    Snoop Dogg - California Roll (2015)

    Stevie Wonder & Ariana Grande - Faith (2016)



    다시 쓰는 스티비 원더 특집은 이렇게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쓰길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이럴 거면 뭐하러 다시 썼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다. 하지만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것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오늘은 소울의 계보를 가장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듀엣으로 꾸민 아름다운 무대로 마무리하겠다. 모두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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