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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스티비 원더 특집 [1]아티스트 집중 조명/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2019. 1. 23. 17:36728x90반응형
#1. 리틀 스티비 원더(Little Stevie Wonder)의 등장 (1962-1966)
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1950~)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등장이었다.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12세 소년에게서 분출되는 엄청난 크기의 음악적 에너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에게 시각장애는 아무런 방해 요소가 되지 못하는 듯했다. 오히려 청각과 같은 다른 감각들을 더 크게 일깨워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스티비 원더는 음악계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못 다루는 악기가 없었다. 주무기인 보컬과 하모니카를 비롯하여 피아노, 봉고(등의 퍼커션), 드럼, 기타 등 온갖 악기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천재적인 음악성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발표한 앨범들을 쭉 나열해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자.
The Jazz Soul of Little Stevie (1962)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 'The Jazz Soul of Little Stevie'이다. 이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트랙은 단연코 1번 트랙인 'Fingertips'인데, 이 앨범에는 연주곡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지만 후술할 라이브 앨범 'The 12 Old Genius'에서는 그의 명품 보컬과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감상할 수 있어 듣는 재미가 훨씬 쏠쏠하다.
이 앨범에서는 스티비의 보컬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단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연주만 듣더라도 어린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역량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Tribute To Uncle Ray (1962)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레이 아저씨에게 바침'이라는 제목의 앨범이다. 레이 아저씨가 누군지 대강 예상은 하셨을 것이다. 맞다. 바로 흑인음악의 또 다른 대가인 '레이 찰스(Ray Charles)'이다.
(스티비 원더(왼쪽)와 레이 찰스(오른쪽))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이다. 레이 찰스가 스티비 원더의 손을 꼭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왠지 정겨워 보인다. 스티비는 다른 손에 드럼 스틱을 잡고 있다. 어디선가 연주를 하고 난 직후인 것 같은데, 사진 한 장만 봐도 두 사람이 아주 각별한 사이인 것처럼 보인다. 스티비 원더와 레이 찰스는 몇 년 뒤 한 무대에서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는데, 그 영상은 전성기 시절을 소개하면서 함께 보도록 하겠다.
어쨌든, 스티비 원더는 이 앨범을 '레이 아저씨에게 바치'며 아껴 두었던 노래 실력을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다소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소리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끈적하면서도 농염한 흑인 특유의 소울은 매우 충만하다. 게다가 여기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12살의 나이치고는 상당한 중저음이다. 변성기 이전의 소년에게서 볼 수 있는 청아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묘하게 허스키하면서도 둔탁한 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레이 찰스 트리뷰트 앨범이다 보니 스티비 원더 본인의 색깔을 내세우기보다는 레이 찰스의 스타일을 답습했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도 아직은 그의 커리어 중 초창기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아쉬움은 애교로 넘어가도록 하자.
The 12 Year Old Genius (1963)
앞서 언급한 바 있던 바로 그 라이브 앨범, 'The 12 Year Old Genius'이다. 12살의 천재라는 것인데, 앨범 제목과도 같이 천재적인 음악성을 한껏 보여준다. 심지어 라이브 실황의 녹음 버전이기 때문에 사운드가 매우 생명력 있게 구현되어 있다.
특히 Part 1과 2로 나누어서 연주된 'Fingertips'의 경우, 정규 앨범에서의 아쉬움을 힘껏 날려버리려는 듯, 리틀 스티비가 가진 모든 음악적 역량을 집대성한 것처럼 보인다. 이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밴드 전체를 이끄는 장악력 면에서나 무대와 청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 면에서나 12살의 나이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 앨범은 앞서 발표한 두 앨범에서의 곡들을 엄선하여 라이브로 연주한 실황 앨범이다. 보통 이런 형태의 라이브 앨범은 정규 앨범에 못 미치는 퀄리티를 내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 앨범만은 사정이 좀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두 앨범보다는 이 앨범 한 장으로 리틀 스티비의 정수를 흠뻑 느껴 보는 것을 추천한다.
With a Song In My Heart (1963)
스티비 원더의 첫 오리지널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With a Song In My Heart'이다. 첫 등장은 다소 떠들썩했지만, 그 과열된 분위기를 잠재우기라도 하려는 듯 이 앨범의 표현들은 아주 절제되고 차분해져 있다.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느린 재즈 곡조에 스티비 원더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얹혀 아주 우수 짙은 표현력을 선보인 앨범의 동명 곡인 'With a Song In My Heart'라든지, 냇 킹 콜(Nat King Cole) 등이 불러 유명해진 재즈 스탠더드 넘버 'Smile' 등이 수록되어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앨범에 별다른 임팩트가 있다거나, 앨범 자체의 존재감이 강하다거나 하지는 않다. 아무래도 앨범의 전곡이 매우 스탠더드한 재즈 스타일로 편곡되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강한 리듬에 이점을 보이는 스티비 원더의 스타일과 다소 맞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건드려 보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돌이켜 보면 이 앨범 또한 훗날의 스티비 원더가 온갖 장르를 아우르는 거장이 되는 데에 중요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결과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Stevie At The Beach (1964)
솔직히 말해 나는 이 앨범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꽤 최근에 알게 되었다. '해변의 스티비'라는 앨범 제목처럼 정말 해변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스티비 원더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앞서 발표한 'With a Song In My Heart'가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재즈 앨범이었다면, 이 앨범은 조금 더 소울 사운드에 가까이 다가간 앨범이다. 스티비 원더가 강점을 보이는 리듬감 또한 직전작보다 좀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보컬 및 연주 등도 훨씬 선명하게 들린다.
스티비에게는 소울 음악계의 대선배 격인 샘 쿡(Sam Cooke)에게서나 볼 수 있는 여름 무드가 이 앨범의 전반에 깔려 있다. 특히 첫 트랙 'Castles In The Sand'의 경우 샘 쿡에 대한 오마쥬가 아닌가 할 정도로 그의 색깔과 흡사하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의 음악적 색깔이나 스타일 등을 답습한다는 것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스티비 원더에게는 이 시점이 커리어 초창기이기 때문에 위대한 선배들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부터 목소리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14세라면 우리나라 나이로는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한다. 보통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쯤 되면 변성기가 오니까, 스티비 원더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계속해서 앨범을 들어보면 변성기를 겪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고음역대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참 경이롭다.
Up-Tight (왼쪽), Down To Earth (오른쪽) (두 앨범 모두 1966년 발표)
1965년은 변성기를 본격적으로 겪던 시기인지라 앨범 작업을 쉬었던 것 같고(뇌피셜이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목소리 관리를 끝낸 후 1966년에는 앨범이 두 개가 나온다. 왼쪽 'Up-Tight' 앨범은 5월, 오른쪽 'Down To Earth' 앨범은 11월에 발표되었다.
사실 변성기 이후에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리틀 스티비 원더'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앨범들로 리틀 스티비 원더 편의 마무리 시점을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앨범들의 몇몇 곡들에서 변성기 이전의 소년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특히 'Up-Tight' 앨범의 'Contract on Love' 등을 비롯한 몇몇 트랙들에서).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목소리가 변하는 과정에서 소년의 목소리와 청년의 목소리가 공존하던 시점이 아주 짧게나마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변성기 이전에 녹음했던 곡을 한참 뒤에 수록하게 되었던 것인지 등을 유추해 볼 수는 있겠다. 'Contract on Love'의 경우 메인 보컬을 비롯하여 코러스까지도 모두 소년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Music Talk' 같은 경우 메인 보컬은 청년의 목소리, 코러스는 소년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전자일 확률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뭐,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두 앨범은 같은 해에 세상 빛을 보았지만, 그 분위기는 서로 많이 다르다. 5월에 발표한 'Up-Tight' 앨범은 모타운 소울 특유의 흥겨움을 주된 정서로 삼고 있는 작품이며, 11월에 나온 'Down To Earth'의 경우 컨트리나 블루스 등을 음악적 골자로 하여 다소 우울한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사실만 봐도 선배인 레이 찰스와 그 행보가 얼마나 유사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이 찰스 또한 R&B와 소울, 재즈 등 본인이 구사할 수 있는 주무기 이외에도 컨트리, 블루스 등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스티비 원더 또한 그 행보를 거의 그대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스티비 원더는 두 앨범에서 포크 뮤지션 밥 딜런(Bob Dylan)의 곡을 각각 한 곡씩 리메이크하여 취입한다. 하나는 저 유명한 'Blowin' in the Wind'(Up-Tight 앨범 수록), 다른 하나는 'Mr. Tambourine Man'(Down To Earth 앨범 수록)이 그것이다.
당시의 스티비 원더는 가사의 메시지를 그 어떤 요소보다도 중시하는 밥 딜런의 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전까지의 스티비는 음악적 표현에서 가사는 그저 거들 뿐, 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모르긴 해도 밥 딜런을 접하고 난 뒤의 스티비는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 측면에서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다음 시간에는 1967년부터 1971년까지의 스티비 원더를 조명하며, 클래식 피리어드 직전까지의 스티비 원더를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67년부터 71년까지의 스티비는 일종의 과도기를 겪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슬럼프와는 다르다). 오늘 소개했던 리틀 스티비 시절을 씨앗 시절이라고 하고, 클래식 피리어드를 꽃 시절이라고 표현한다면 아마 내일 소개하게 될 과도기 시절은 줄기 시절이라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옛날 영상이라 화질이 고르지 않지만, 오늘은 스티비 원더를 세상에 나오게 한 그 곡, 'Fingertips'의 라이브 영상을 보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See You Tomorrow,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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