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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스티비 원더 특집 [3]아티스트 집중 조명/스티비 원더 (Stevie Wonder) 2019. 1. 25. 18:34728x90반응형
#3. 스티비 원더의 화양연화, 1970년대 (1972-1976)
스티비 원더의 모든 앨범들이 위대한 작품들로 역사에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는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도 1972년부터 1976년 사이에 발표한 앨범들은 그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진정한 걸작들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오늘 소개할 앨범들은 1972년에 발표한 'Music Of My Mind', 'Talking Book', 1973년 작 'Innervisions', 1974년 작 'Fulfillingness' First Finale', 1976년 작 'Songs In The Key Of Life'의 다섯 장이다.
Music Of My Mind (1972)
그렇다. 우리 블로그 이름도 이 앨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1972년에 세상 빛을 본 'Music Of My Mind' 앨범은 스티비의 화양연화를 열어젖힌 작품이다. 이 앨범의 직전작인 'Where I'm Coming From'에서부터 슬금슬금 사용하기 시작한 신디사이저 실력은 이 앨범에서 매우 능수능란해져 있다. 첫 트랙 'Love Having You Around'부터가 기묘한 신디사이저 사운드로 시작하는데, 이는 이 앨범 이전과 이 앨범 이후의 스티비 원더 음악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를 예고하는 위대한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허물을 완전히 벗어던진 것과 같은 수준의 음악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서 괄목할 만한 히트곡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이 앨범은 사운드 측면을 비롯하여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방향을 완전히 다른 쪽으로 선회시킨 역할을 한 것으로 그 의미를 국한해서 보아야 할 것인데, 그 이유는 앨범의 수록곡들이 대중적인 느낌보다는 음악적인 고뇌와 실험성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언급하게 될 스티비 원더의 수많은 히트곡들 이외에도 이 앨범의 주옥같은 명곡들인 'Superwoman', 'I Love Every Little Thing About You', 'Happier Than The Morning Sun', 'Seems So Long' 등을 여러분들이 꼭 한 번이라도 들어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티비 원더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히트곡들로만 유명세를 떨치는 피상적인 아티스트가 아닌, 좋은 음악을 향한 콜럼버스적 모험성과 음악에 대한 진정한 사랑에서 비롯된 깊은 세계가 있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이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히트곡 몇 곡만 듣고 스티비 원더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Talking Book (1972)
같은 해(1972) 10월, 'Talking Book', 이른바 '말하는 책'이라는 제목의 앨범이 나온다. 그리고 스티비 원더는 이 앨범을 통해 대중성과 음악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대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 앨범에는 기라성 같은 히트곡인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You And I', 'Superstition' 등을 비롯하여, 'Tuesday Heartbreak', 'Blame It On The Sun', 'Looking For Another Pure Love',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등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곡들도 많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스티비 원더의 신디사이저 연주 및 편곡 실력은 마치 첫 데뷔 때부터 으레 잘 만져온 양, 엄청난 경지에 이미 올라와 있다. 1960년대의 스티비와 과연 같은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앨범의 커버 사진도 굉장히 독특한데,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마치 성직자와 같은 모습을 한 채 흙바닥에(?) 앉아 있는 스티비 원더를 만나볼 수 있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강렬한 느낌을 준다.
Innervisions (1973)
1973년 8월 3일, 'Innervisions' 앨범이 나온다(왜 날짜까지 정확하게 썼는지를 주목하기 바람). 전작 'Talking Book'에 비견될 만큼 명곡들이 많은 앨범으로 유명한데, 이렇게 눈부신 음악적 성취를 이어가던 도중 스티비 원더에게 악재가 겹친다. 1970년, 스티비 원더는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동료인 시리타 라이트(Syreeta Wright)와 결혼하지만 1972년 이혼하게 되고, 그로부터 1년 후인 1973년 8월 6일, 스티비 원더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5일 동안 코마(Coma: 혼수상태)에 빠져 있게 된다!
당시 팬들이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지금은 지나간 일이 되어 아직도 무대에서 건강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스티비 원더를 만나볼 수 있지만, 코마 상태에 있을 때만 해도 이 'Innervisions' 앨범이 유작이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명곡들을 하마터면 못 듣게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 보자.
어쨌든 이 앨범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들을 많이 들어볼 수 있다. 'Living For The City'나 'Higher Ground'와 같은 대히트곡을 비롯하여 'Golden Lady', 'Don't You Worry 'Bout A Thing' 등의 숨은 명곡, 그리고 'He's Misstra Know-It-All' 등의 가스펠 곡 등 총 9곡의 명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Fulfillingness' First Finale (1974)
1974년, 스티비 원더는 'Fulfillingness' First Finale'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표한다. 이 앨범도 정말 명반인데, 스티비 원더의 최전성기에 발표한 앨범들 가운데에서는 비교적 존재감이 약한 편이다. 슈가렛은 개인적으로는 다섯 앨범들 중에서 이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 왜냐하면 앨범 커버 아트에서부터 음악에까지 전반적으로 여름 무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슈가렛은 여름을 아주 좋아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매년, 여름이 다가오려 할 때면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는, 실제로 여름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었던 것 같다.
조금 여담으로 샜는데, 앨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1번 트랙 'Smile Please'부터 따뜻한 에너지가 밀려 오는 듯하다. 남국의 해변가에서 밀려오는 파도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편안히 쉬고 있는 기분이랄까.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휴양'이다. 그리고 이 휴양의 에너지는 앨범 전체를 아우른다. 3번 트랙 'Too Shy To Say'나 5번 트랙 'Creepin'과 같은 '밤 무드'의 촉촉한 곡들도 무척 매력적이고, 4번 트랙 'Boogie On Reggae Woman'에서의 신디사이저와 피아노가 교차하며 이루는 그루브는 솔직히 역대급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앨범에서의 숨은 명곡인 7번 트랙 'It Ain't No Use'라든지 음울한 정서가 깔려 있는 8번 트랙 'They Won't Go When I Go', 도니 해더웨이(Donny Hathaway)의 색깔을 짙게 풍기고 있는 10번 트랙 'Please Don't Go'까지.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앨범이다. 여름이 올 무렵, 반드시 들어야 할 앨범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Songs In The Key Of Life (1976)
1975년에는 앨범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스티비 원더가 1975년 한 해를 쉬는 바람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시상식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음악계에서 스티비 원더 한 사람의 존재감이 얼마나 지대하였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1976년, 무려 CD 기준으로 2CD에 해당하는 울트라급 앨범을 발표한다. 바로 스티비 원더 디스코그래피 사상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그 앨범, 'Songs In The Key Of Life'이다.
이 앨범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스티비 원더가 발휘할 수 있는 천재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만든 앨범이다. 마치 이 앨범을 완성하고 나서 다음날 죽을 사람처럼 만들었다고 해야 할까. 이 앨범 이후로 이 정도와 같은, 혹은 이 정도에 필적할 만한 정도의 또 다른 앨범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걱정을 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Sir Duke', 'I Wish', 'Knocks Me Off My Feet', 'Pastime Paradise', 'Isn't She Lovely' 'As', 'Another Star' 등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히트곡의 제목들만 나열해 봐도 곡이 주는 그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히트곡들은 이미 많은 여러분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슈가렛은 이 앨범의 숨은 명곡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려 한다.
먼저, 1번 CD의 9번 트랙 'Summer Soft'이다. 제목부터가 왠지 달콤한 느낌인데, 곡을 들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그 정서가 블루지하고 음울한 편이다(물론 싸비에 가면 약간의 흥겨움을 가미하여 반전을 꾀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추천은 1번 CD의 12번 트랙 'Ebony Eyes'이다. 곡 자체가 경쾌하며, 보컬을 비롯한 모든 악기들의 연주가 아주 재기발랄하다. 스티비 원더의 보컬이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무겁지 않게 선포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소리를 좁혔다, 넓혔다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지 참으로 경이롭다.
세 번째 추천은 'If It's Magic'이다. 하프 선율을 사용하여 마치 천국에서 듣고 있는 듯한 신성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자아내는 발라드이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오늘은 스티비 원더와 레이 찰스가 오랜만에 한 무대에서 조우하여 스티비의 곡 'Living For The City'를 함께 부르는 라이브 영상으로 마무리하고, 내일부터는 스티비 원더의 80년대를 집중 조명하도록 하겠다.
See You Tomorrow,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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