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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명반] 이효리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 MONOCHROME명반 산책/숨은 명반 소개 2022. 1. 30. 13:09728x90반응형
tracklist.
01. Holly Jolly Bus (Feat. 순심이)
02. 미스코리아
03. Love Radar (Feat. 빈지노)
04. Bad Girls
05. 내가 미워요
06. 사랑의 부도수표
07. Full Moon
08. Trust Me
09. Special
10. Amor Mio (Duet 박지용 of Honey-G)
11. 누군가
12. 묻지 않을게요
13. 미쳐 (Feat. 안영미)
14. 쇼쇼쇼
15. Better Together
16. 노숨은 명반 소개 콘텐츠도 오랜만에 써 보는 듯하다. 오늘 소개할 앨범을 여러분들이 보신다면, 의아해하실지도 모른다. 누가 보아도 슈퍼스타인 이효리의 앨범을 '숨은 명반'으로 소개한다고? 게다가 이 5집 앨범은 '미스코리아', 'Bad Girls' 등이 히트를 기록하여 흥행에도 성공한 앨범인데? 숨은 명반 소개라는 명목과 언뜻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실 것이다.
2013년 발표된 이효리의 5집 앨범 [MONOCHROME]은, 조금 다른 의미로 숨은 명반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대중적인 흥행 때문에 음악성이 숨겨져버린 케이스에 해당한다. 아무래도 이번 5집 앨범이 음악적으로 특별한 점을 두루 갖게 된 것은 당시 남자친구이던(지금은 남편인) 이상순의 영향이 작용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선공개곡 '미스코리아'만 해도 작사와 작곡은 이효리 본인이 도맡았지만 편곡 작업은 이상순에게 맡긴 만큼, 이 앨범 이전까지 이효리가 주로 선보여 왔던 트렌드세터로서의 모습보다는 뮤지션으로서의 면모가 훨씬 돋보이는 만듦새를 보였다. 그리고 이 곡에서 특히 이효리의 보컬 역량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미처 선보이지 못했던 중저음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이 이 곡에서 한껏 드러나 있다. 묘하게도 이상순과 함께 밴드 롤러코스터로 활동했던 보컬인 조원선의 흔적까지도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앨범의 첫 곡에서부터 달라진 이효리의 모습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무려 모타운 소울을 듣는 듯한 느낌의 'Holy Jolly Bus'는 정갈하게 정리된 사운드와 안정적인 가창력, 그리고 위트 넘치는 노랫말까지 모든 요소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또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김태춘으로부터 받은 곡 '사랑의 부도수표'는 무려 컨트리·로커빌리 장르이다. 이효리가 핑클에서 솔로로 전향하면서 트렌드세터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펼쳐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효리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되, 여러 프로듀서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때로는 협업하며 자신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된 배경에는 4집에서의 단독 프로듀싱 과정에서 불거졌던 여러 문제들도 있었을 것이지만 굳이 더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밖에도 빈지노와 함께 호흡을 맞춘 'Love Radar', 애절한 분위기의 3박자 발라드 '내가 미워요', 허니지의 박지용과 감미로운 듀엣으로 부른 'Amor Mio', 전통 민요의 느낌과 몽환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융합하여 앨범에서 가장 독특한 사운드를 구현한 마지막 트랙 '노' 등을 주목해볼 만하다. 그러고 보면 이 앨범에서 트렌드를 의식하여 만들었다고 생각할 만한 곡은 타이틀곡인 'Bad Girls'가 유일한 듯 보인다. 아무래도 당시의 이효리는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스타'로서의 이미지를 내비쳐야 할 당위가 있었기 때문에 적어도 타이틀곡만큼은 기존의 분위기를 소폭이라도 가져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Bad Girls'만 해도 그간 선보여 왔던 다른 앨범들의 타이틀곡들에 비해 훨씬 더 음악 자체에 집중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 마디로 이 앨범을 정의해 보자면, '쓴맛 단맛 다 본 슈퍼스타가 가수로서의 본연에 집중하고자 만든 앨범'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어쨌거나 이효리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까지 대중들에게 유감 없이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아티스트로서 본인이 의도한 바를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도 보통 영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괜히 '관록'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이효리야말로 본인의 '현재'를 아주 민감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인지할 줄 아는 성찰의 아티스트이기에 대중들이 그리워할 때 나타날 줄도, 박수치고 환호할 때 미련 없이 떠날 줄도 안다. 사랑하는 연인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도 힘든데, 그 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에 따라 행동할 줄 안다는 것은 연예인으로서 얼마나 현명한 처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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