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숨은 명반] G.고릴라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사랑이라는 이름의 혼돈]

G.고릴라 - 사랑이라는 이름의 혼돈 (2002)

tracklist.

 

01. 아직도
02. 영원토록
03. To My Mama
04. Thank U (Thank To Kiss)
05. 일년 동안
06. I Will Cry
07. Once Again
08. 인사
09. 이게 나야
10. 슬픈 이야기
11. I Love
12. 지울 수 없는 그대
13. 너 그럴 때면
14. 영원토록 (Inst.)

 

 

록 밴드 이브(Eve)에서 모든 곡의 작사, 작곡과 서브 보컬을 맡은 G.고릴라(본명 고현기)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사랑이라는 이름의 혼돈]을 소개한다. 이브의 프런트 맨은 단연코 보컬 김세헌이었고, G.고릴라는 김세헌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져 있어야 했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G.고릴라는 이브에 합류한 지 4년여 만에 오롯이 그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독집 앨범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영원토록'은 소소한 히트를 기록했다. 또한 이 앨범을 계기로 수많은 대중들이 G.고릴라라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그저 '영원토록'이라는 중박 정도의 히트곡이 담긴, 록 밴드 멤버의 그저 그런 솔로 앨범쯤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이 앨범은 이브의 멤버로서가 아닌, 솔로 가수 G.고릴라의 최전성기를 담아낸 명반이다.

 

이브처럼 비주얼이 강한 록 밴드에서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배려심과 절제가 요구될 것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이 있어도 참아야 했을 것이고,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보컬 김세헌이 돋보이도록 곡을 만들었어야 하니, 이 앨범 직전까지 이브의 이름으로 네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지만 G.고릴라의 입장에서는 다소 성에 안 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그는 그간 하고 싶었던 음악 세계관을 미련없이 펼쳐냈다. 그가 이 앨범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음악 스타일은 서정적이고 어쿠스틱한 분위기이다. 사실 이브의 음악 색깔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로듀서로서의 G.고릴라가 그 동안 음악적으로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 속에 놓여 있었을지가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이 앨범 다음에 G.고릴라는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더 발표했고, 그 이후부터는 계속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프로듀서 시절에 남긴 G.고릴라의 명곡은 휘성의 'Rain Drop'(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바 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잠에 취해' 등이 있다. 또한 최근 이브가 원년 멤버(김세헌, G.고릴라, 김건, 박웅)로 재결합하면서 지금은 이브의 차기 작품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