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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을 대표하는 뉴웨이브 밴드, '밴드 88'의 첫 정규 앨범, [RIFF-RAFF]
    신보 소식 2020. 5. 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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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88 - RIFF-RAFF

    2020.05.28. 발매

     

     

     

    2018년, 밴드 88이 첫 ep 앨범인 [환상특급 (Twilight zone)]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지금의 뉴트로(New-tro) 열풍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당시 이들의 음악에는 이들이 처음 발생한 지역인 부산처럼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느낌과, 또 오래된 듯하면서도 빛바래지 않은 힙한 에너지가 공존하고 있는 듯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발표한 싱글 [풍차(windmill)]를 끝으로 이들은 긴 침묵에 들어갔다. 바로 오늘 소개할 이들의 첫 정규 앨범, [RIFF-RAFF]의 제작을 위해서였다.

     

     

    왼쪽부터 김형관(드럼), 신재이(기타), 홍기(보컬/신디사이저), 김성빈(베이스)

     

    이들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80년대의 촌스러운 네온싸인 가득한 밤거리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첫 ep [환상특급]과 이번 정규 앨범 [RIFF-RAFF]는 사운드 면에서 크게 기조를 달리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단지 옛 향수를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흘러간 사운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힙스터스러운 바이브를 구현해 낼 수 있음을 조금 더 명료하게 증명해 냈다.

     

     

     

    무려 6분에 달하는 연주곡 인트로(Intro)인 '테마게임(The Theme Game)'으로 앨범의 문이 열리고, 뒤이어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리프라프(RIFF-RAFF)]로 넘어가는 구성이 앨범의 전반부를 주도하는 핵심 포인트이다. '누가 뭐라든 관심 없어 / 내가 원한 건 단지 내 삶'이라는 후렴구 노랫말은 언뜻 들으면 음운적으로 굉장히 흡사하게 들리는데, 이 부분이 묘한 중독성을 일으킨다.

    이어지는 3번 트랙 '몽상가들 (The dreamers)'도 주목할 만하다. 초콜릿벤치의 보컬 '배가영'이 가창에 참여했는데, 그녀가 그간 보여준 따뜻하고 소녀소녀한 느낌과는 달리, 이 곡에서는 시크한 차도녀 감성을 표현해 음악적으로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또한 지난 ep에서 이미 선보였던 '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이 재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아무래도 이 '환상특급'이야말로 그들의 커리어를 대표할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곡이었기 때문에 이번 정규작에도 다시 실릴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예측을 해 본다.

     

     

     

    앨범의 중반부는 도회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린 (LINN)', 제목처럼 서부의 황야를 질주하는 듯한 '서부를 향해 달려라 (The Wild Wild West)', 댄서블한 리듬과 중독적 리프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88 (Double Eight)' 등 다양한 느낌을 가진 곡들을 선보였고, 인터루드(Interlude) 격의 '비포선셋 (Before Sunset)'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앨범의 후반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비포선셋'의 두 마디 정도가 나오자마자 그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바이브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연주곡으로 완성한 지금의 선택도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구성으로 보컬까지 덧입힌 아름다운 곡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밴드 88'이 그간 발표한 싱글 및 ep 앨범들. 왼쪽부터 싱글 '동양', ep '환상특급 (Twilight zone)', 싱글 '풍차 (windmill)'

     

    앨범의 후반부를 여는 트랙은 '기묘한 이야기 (The Stranger Things)'이다. 앞서 전·중반부에서 신스팝과 뉴웨이브의 향연을 보였다면, '기묘한 이야기'는 밴드 사운드의 정공법을 살린 록 넘버이다. 특히 휘몰아치는 듯한 후주가 인상적이니 '밴드 88'의 록 밴드로서의 연주 내공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들어보시길 권장한다.

     

    몽환적이고 시크한 '새드무비 (Sad Movie)'와 아웃트로(Outro) 연주곡인 '유하(YUHA)'까지 들으면 총 11곡의 한 앨범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 21세기도 20년이나 지난 지금, 무려 40년 전의 사운드와 느낌과 분위기를 함뿍 머금은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니 느낌이 묘하다. 지난 ep인 [환상특급 (Twilight zone)]이 환상특급열차를 타고 시간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첫 정규 앨범은 아쉽게 떠나보냈던 그 열차가 비행접시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로컬의 인디 씬에서 모처럼 완성도 높은 정규작이 나오게 되어 팬으로서 뿌듯한 마음이 크다. 게다가 이번 앨범은 cd가 아닌 LP로 제작된다고 하니 이러한 면모만 보아도 이들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형형색색으로 검은 밤을 밝히는 도시의 네온 꽃처럼, '밴드 88'도 부디 앞으로는 꽃길만 걷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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