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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 2. 이승철 - 우린
    노랫말 곱씹으며 듣기 2021. 7. 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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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커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음악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철 - 우린 (이승철 35주년 기념 앨범 Special 2nd) (2021)

    오늘 나의 마음에 내려앉은 노래는 이승철의 '우린'이다. 데뷔 35주년을 맞이하여, 실력 있는 후배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첫 번째 싱글은 태연과 함께 'My Love'를 선보였고, 이 곡은 그 두 번째 프로젝트로, AKMU의 이찬혁이 정성껏 만들어 선배에게 헌정하였다. 이승철과 이찬혁은 각종 매체를 통해 30년에 육박하는 경력 차를 무색하게 할 만한 케미를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이승철은 (워낙 실력이 출중해서인지) 녹음을 빨리 끝내기로 정평이 난 가수인데, 이 곡만큼은 들으면서도, 부르면서도 감정이 많이 올라와 노래를 채 끝내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다고 한다. 근 200 테이크를 받았다고 하니 이승철이 이 곡에 쏟은 진심어린 애정이 엿보인다.

     

    이찬혁(왼쪽), 이승철(오른쪽)

    만년 베테랑 선배인 이승철이 저토록 고심하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곡을 쓴 이찬혁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동이라는 말로도 이루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이찬혁은 처음부터 이승철에게 헌정하리라는 생각으로 이 곡을 만들었고, 선배의 목소리가 가장 잘 묻어날 수 있도록 멜로디를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두 뮤지션이 30년의 경력 차라는 벽을 허물고 서로 진심을 나누며 만든 노래. 지금부터 한 번 들어보도록 하자. (작사 작곡 이찬혁, 편곡 이현영)

     

    못 지킬 약속이면 하지 말아요 우리
    지금은 감정이 앞서 있죠
    이루어질 순 없어요 우린

     

    담담하지만 슬픈 고백. 감정이 앞서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나는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수 있게 된다. 그대를 바라보며, 감정을 숨기고 말한다. "우린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조금만 내가 아닌 곳을 바라보아요
    고개를 돌리면 텅 비었죠
    모든 걸 잃어가면서
    우린 우린 우린 사랑했죠
    우린 우린 우린 사랑했죠

     

    저 '내가 아닌 곳'을 어떻게 해석하는 편이 좋을까. 화자인 '나'여야 할까, 청자인 '나'여야 할까. 전자 쪽으로 해석하자면 청자의 열렬한 사랑의 대상이었던 화자를 제외하면 텅 빈 듯한 청자의 세상. 사랑을 연료로 서로를 소진한 끝에, 남은 건 모든 걸 잃어버린 그대와 나뿐. 화자는 그런 청자의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후자 쪽으로 해석한다면 좀 더 청자의 입장에 가까이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 내가 아닌 다른 주변을 바라보면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다. 사랑으로 충만해야 할 나의 오늘이 한없이 공허하기만 하다. 그렇게 모든 걸 잃어가면서 바보같이 우린 사랑을 했다. (쓰다 보니까 정말 슬퍼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역시 갓찬혁... 과연 이승철의 눈물을 쏙 뺄 만한 노랫말이다.)

     

    못 지킬 약속이면 하지 말아요 우리
    눈물이 나는 것조차 지쳐요
    이루어질 순 없어요 우린

     

    울 힘조차 잃어버린 채, 무표정으로 마주앉은 연인의 모습이 보인다. 신파의 거품은 쏙 빼고, 너무도 현실 이별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 슬프다. 이 글을 쓰면서 반복해서 계속 곡을 듣고 있는데, 감정이 계속 울컥 올라와서 힘이 든다.

     

    우리가 잊지 못하는 건 추억이에요
    서로가 아니라
    우리가 견뎌야 하는 건 이별이에요
    서로가 아니라

     

    이 부분부터 곡이 완전히 새로운 테마로 바뀌었다. 테마 전환은 작곡가의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귀를 쫑긋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의 내용을 보라. 노래를 부른 이승철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다. 어떤 연애를 하면 이런 노랫말을 쓸 수 있을까. 이 노랫말에 다른 설명이 필요할까? 사랑의 끝부분에 서 보았던 사람이라면 이 노랫말에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린 우린 우린 사랑했죠
    우린 우린 우린 사랑했죠

    우린 우린 우린 우린
    우린 우린 우린 우린
    모든 걸 잃어가면서
    우린 우린 우린 사랑했죠

     

    멜로디가 고조되고, 가사가 반복되며 감정은 점층적으로 확장된다. 우리가 했던 사랑의 공허함을 인정하고,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 슬프고 힘들지만 이 마침표를 찍지 않으면 다음 문장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개인은 너무도 무력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슬픈 노래다. 인생이 우울하고 힘들 땐, 억지로 이런 슬픈 감정들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고 일부러 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나서 슬픔이든, 기쁨이든,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긍정' 혹은 '부정'으로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나치게 한쪽 감정에 깊이 빠져드는 것만 경계하고 중심을 잘 잡는다면 이런 슬픈 노래도 건강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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