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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스트 그린(August Greene)의 프로젝트 앨범, [August Greene] 리뷰카테고리 없음 2019. 1. 22. 14:18728x90반응형
August Greene - August Greene (2018)
1. Meditation
2. Black Kennedy
3. Let Go (feat. Samora Pinderhughes)
4. Practice (feat. Samora Pinderhughes)
5. Fly Away
6. Aya
7. Piano Interlude
8. No Apologies
9. The Time
10. Optimistic (feat. Brandy)
11. Swisha Suite
하마터면 큰 일이 날 뻔했다. 이 앨범 커버가 이렇게 예쁘지 않았더라면, 정말 이런 보석 같은 프로젝트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미국 힙합의 거장인 커먼(Common), 재즈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재즈 힙합 DJ이자 프로듀서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의 세 사람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 오거스트 그린(August Greene)의 정규 앨범이다.
(왼쪽부터 커먼(Common),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
각자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며 커리어를 쌓아 오던 그들은 소리소문도 없이 의기투합하여 재즈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재즈 힙합 특유의 음울한 느낌과 쫀득쫀득한 그루브, 스토리텔링을 강조한 커먼 특유의 랩까지 어우러져 들을거리가 풍부하다. 오랜만에 들을 만한 재즈 힙합 앨범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특히, 타이틀곡인 10번 트랙 'Optimistic'에는 90년대를 풍미했던 R&B 여성 싱어, 브랜디(Brandy)가 보컬로 참여하였다. 오랜만에 듣는 그녀의 섬세하고 맑은 목소리가 반가움을 더한다. 브랜디의 보컬 덕분인지, 이 곡에서만은 재즈 힙합 특유의 무거운 느낌이 좀 덜하고, 약간은 팝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왼쪽부터 누자베스(Nujabes), 구루(Guru), 제이딜라(J Dilla))
재즈 힙합으로 유명한 뮤지션은 일본의 누자베스(Nujabes)라든지, 미국의 구루(Guru), 제이딜라(J Dilla) 등이 있다. 이들은 힙합의 그루브와 재즈의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결합하여 종전의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힙합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안(Alternative)을 제시한 공헌이 있는 뮤지션들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세 사람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다.
물론 세 사람만이 재즈 힙합의 절대적인 선구자라거나, 신격화될 정도로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 외에도 더 루츠(The Roots)라든지,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드라소울(De La Soul) 등의 재즈 힙합 밴드가 오랫동안 활동했었고, 네오 소울 뮤지션의 대명사 격으로 많은 음악 팬들에게 추켜세워지는 디엔젤로(D'Angelo)나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등도 재즈 힙합의 그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재즈 힙합은 대중들에게는 좀 난해하게 느껴질 만한 요소가 많이 있었다. 아무래도 재즈의 색채가 짙다 보니 코드 진행이나 리듬 어레인지가 일반적인 대중음악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고, 이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재즈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중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음악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리하여, 세상을 떠난 세 명의 재즈 힙합 아티스트들의 빈자리는 오랜 세월 동안 황량한 황무지와도 같았다. 오거스트 그린이 결성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이들의 빈자리를 오랫동안 비우면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오거스트 그린의 존재감이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하마터면 사장(死藏)되어 늪에 빠지게 될 뻔했던 재즈 힙합 장르를 오거스트 그린이 뭍으로 끌어올려 줄 것이라 기대한다.
오거스트 그린의 타이틀곡, 'Optimistic'의 뮤직비디오이다. 새삼, 브랜디라는 가수의 역량에 놀란다. 90년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로 성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단순히 목소리만 예쁘고, 화려하게 기교 잘 부리는 가수라고만 생각했었다. 재즈 반주에 이렇게 멋들어지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되어 있을 줄이야.
이번 오거스트 그린의 앨범을 통해 재즈 힙합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가깝게 느끼고, 좋아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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