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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밤바다를 닮은 목소리, 장필순의 셀프 리메이크 앨범 [soony re:work - 1]신보 소식 2020. 3. 31. 18:54728x90반응형
장필순 - soony re:work -1
2020.03.31. 발매
장필순의 목소리는 세이렌을 연상시킨다. 강하게 내지르는 단단한 성량도, 폐부를 찢는 듯한 고음도 없지만 듣는 이를 잡아끄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포크 음악으로 시작된 장필순의 음악 여정은 모던 록과 앰비언트 등으로 확장되었고, 2018년 8월에 발표한 정규 8집 앨범 [soony eight : 소길花]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장필순은 그간 싱글을 통해 발표했던 [soony rework] 시리즈를 묶어 앨범으로 발표했다. 그것이 바로 이 앨범, [soony re:work -1]이다.
[soony rework] 시리즈는 과거 장필순의 곡들 중,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은 노래들을 현재의 장필순이 가진 감성대로 재해석하여 발표하는 형식인데, 마침내 하나로 엮인 이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보자. 데뷔곡 [어느새]로 출발하여 [철망 앞에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이 일단 눈에 띈다. 익숙한 제목의 익숙한 이 곡들은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정연하게 깎이고 단련된 현재의 장필순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었다. 특히 [어느새]의 경우 재편곡된 버전이 이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것이라 반드시 들어보아야 할 것이다. 보사노바 풍이었던 원곡은 앰비언트 음악으로 탈바꿈하여 생경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의 경우 풀 버전, 피아노 버전, 어쿠스틱 기타 버전의 세 가지 버전으로 비중 있게 수록되어 있다. 아무래도 장필순을 대표하는 명곡이다 보니 이 곡에 가장 힘을 줄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이 곡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악기가 바뀌는 게 무슨 대수랴, 싶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장필순의 허스키하고 담백한 목소리만으로도 이 곡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왕년에 인디계에서 좀 날렸던(?) 장기하라는 분이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장기하와 얼굴들 2집 '그때 그 노래' 중에서)'라고 노래했듯, 이 한 곡은 삶에서 스쳐보냈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앨범을 다 듣고 나니, 다소 실험적인 방향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음악 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자본'일지 모른다. 뮤지션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그대로 자본력으로 연결되어 음악 산업을 움직이게 되니 말이다. 뮤지션의 실험적인 시도는 이런 자본의 논리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일지 모르지만, 장필순은 자본 논리의 잔혹무도함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오로지 지금의 자신을 담은 음악을 우리에게 수줍게 건네 주었다. 뮤지션으로서 콜럼버스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장필순처럼 데뷔한 지 30년 이상의 관록 있는 뮤지션이라면 특히 그러할 것이다. 그녀의 과감한 행보는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앨범 제목이 [soony re:work - 1]이라면, 곧 [soony re:work -2]도 베일을 벗으리라는 암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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